조롱거리에서 최첨단 기술로 변신한 '스타일러스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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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거리에서 최첨단 기술로 변신한 '스타일러스 펜'
  • by 이상우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 태블릿PC는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터치’가 기본 인터페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나 애플 아이패드 프로는 터치보다 ’스타일러스(펜)’을 주 인터페이스로 내세운다. 왜 그럴까. 태블릿PC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태블릿PC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의도다. 태블릿PC가 가격에 비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기로서는 한계가 많았는데 화면을 키우고 스타일러스 펜을 도입해 콘텐츠 생산기기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의 누르는 힘은 물론 위치와 기울기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 전문가 수준의 일러스트레이션과 3D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다.  




 

스타일러스 펜, 2가지 방식


손가락과 스타일러스 펜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면 인식이다. 화면 가까이 접근했을 때 태블릿PC 화면 아래의 센서가 스타일러스 펜을 인식하면서 손 터치 기능이 자동으로 꺼진다. 그래서 스타일러스 펜으로 필기를 할 때 종이에 필기를 하듯 손바닥을 편안하게 화면에 놓고 필기를 할 수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필압 조절 여부다. 갤럭시 노트 광고에서 별도의 선굵기 변경 없이 S펜이 마치 실제 펜인 듯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린다. 손가락은 필압 조절이 불가능하지만 스타일러스 펜은 필압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태블릿PC 화면 밑에 위치한 센서가 필압을 인식하여 입력되는 펜의 굵기와 농도를 조절해 더욱 더 정교한 표현을 하는 것이다. 


▲ 출처: 테크크런치(http://techcrunch.com/2015/11/11/test-2/#.3lvrghz:b5jw)




스타일러스 펜은 보통 ’패시브 방식‘과 ’액티브 방식‘ 2가지로 나뉜다. 패시브 방식은 전도성 소재를 사용한 정전식 터치 패널이 손가락에 반응하는 것인데 운영체제(태블릿PC) 단에서 스타일러스 펜과 손가락 터치 이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손가락 터치 대체제일뿐이다. 5mm 이상의 두꺼운 팁(펜촉)을 사용한다. 반면 액티브 방식은 스타일러스 펜 인식을 위한 센서가 추가된다. 그러면 운영체제 단에서 스타일러스 펜을 알아채고 앱 역시 스타일러스 펜과 터치를 구분해 인식함으로써 손가락과 펜을 오가며 다양한 작업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스타일러스 펜은 선을 긋는 일을 터치는 그리기 영역의 스크롤 혹은 확대/축소하는 식이다. 



▲ 액티브 방식의 스타일러스 펜 구조(출처 : CADalyst(www.cadalist.com))



액티브 방식의 스타일러스 펜은 여러 가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와콤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이스라엘 N-Trig(서피스 프로 3에서 처음 채택)이 대표적인 예다. 터치패드로 유명한 시냅틱스(Synaptics)도 델 베뉴 등 여러 태블릿PC에 채택되었다. 패시브 방식 스타일러스 펜과 달리 배터리가 필요한 것이 단점이지만, 응답성이나 호환성, 정밀도 면에서 액티브 방식이 더 우수하다. 배터리는 보통 2개월 동안 쓸 수 있다.



▲ 액티브 방식의 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펜


앞서 언급했듯이 스타일러스 펜의 장점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필기구처럼 자연스러운 그리기와 필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하는 터치는 아무래도 부정확하고 그래서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대문자 ’T’를 쓸 때 '-' 중앙에 ’|’ 긋기가 쉽지 앉을뿐더러 굵기를 맞추는 것도 만만치 않다.
마우스는 터치보다 정확한 위치 결정이 가능하지만, 곡선을 그리는 데는 알맞지 않다. ’동그란’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스타일러스 펜은 연필로 종이에 쓰고 그리듯 비교적 정확하게 원하는 것을 담아낼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이 필기구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입력장치로서 스타일러스 펜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 모든 태블릿PC가 지원하지는 않는다. 어떤 방식이든 그만큼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운영체제가 지원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XP 태블릿PC 에디션’에서 스타일러스를 처음 지원했고, 운영체제 기본 기능으로 포함된 것은 윈도우 비스타 때 부터다. 이어서 윈도우8과 10을 차례로 삼킨 서피스를 발표하며 스타일러스 펜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친숙한 존재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ICS(4.0)에서 스타일러스 펜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이를 가장 먼저 상품화한 곳이 삼성이다. 이 회사는 큰 화면과 펜을 결합한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내놓고 큰 재미를 봤다. 엔비디아 테그라(Tegra) 시리즈는 GPU 연산 기능 중 하나로 스타일러스 펜을 지원한다(단, 페시브 방식의 스타일러스 펜만 지원). 최신 안드로이드 6.0은 블루투스를 통해 스타일러스 펜을 인식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애플 펜슬 내놓은 애플


한편, 애플은 최근까지 스타일러스 펜에 부정적이었다. “가장 뛰어난 필기구는 손가락이다. 아무도 스타일러스 펜을 원하지 않는다. 스타일러스 펜은 잃어버리기 쉽다.” 고(故)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했던 말이다. 그는 스타일러스 펜을 매우 싫어해 도입을 거부했다. iOS에서 지원을 안 하니 와콤을 비롯한 펜 제조사들은 자체 앱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필압 등을 인식하도록 했다. 초기 정전식 스타일러스 펜 성능이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다. 예쁘게 글씨를 쓸 수 없었기에 PDF 파일에 형광펜 치는 정도로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랬던 애플이 지난 9월 발표한 아이패드 프로에서 스타일러스 펜 지원을 공식화했다. 애플이 공개한 애플 펜슬은 갤럭시 노트의 S펜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이패드 화면에 애플 펜슬을 대고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펜이 스스로 압력과 감도를 인식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선의 굵기를 조절할 수 있다. 애플 펜슬은 또한 펜의 기울기와 기울어진 방향도 인식하고 펜의 뒷부분에 달린 라이트닝 커넥터를 본체에 연결하면 충전을 할 수 있다. 
이제 모든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스타일러스 펜을 쓸 수 있게 됐다. 윈도우, iOS, 안드로이드까지 모든 플랫폼을 지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원노트처럼 스타일러스 펜은 그리기, 터치는 화면 스크롤에 각 기능을 부여하는 특화된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스타일러스 규격 통합 움직임


인텔 주도하에 스타일러스 규격 통합이 진행 중이다. 인텔은 올해 4월, PC 및 스타일러스 제조사를 모아 유니버설 스타일러스 이니셔티브(Universal stylus initiative, USI)를 출범했다. 이것은 방식에 상관없이 하나의 스타일러스 펜을 여러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스타일러스 펜과 터치 패널 사이의 통신 방법을 통일하면서도 현재 스타일러스 제조사들이 개발한 독자 방식과의 공존을 고려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타일러스 펜, 터치 패널 제작 비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결국 스타일러스 펜 대중화가 목적이다. USI는 조만간 첫 번째 규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와콤, 시냅틱스 등 스타일러스 전문 기업과 델, 레노버, 샤프 등 PC 제조사가 초대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 유니버설 스타일러스 이니셔티브(http://www.universalstylus.org)는 스타일러스 통신 방식을 공통화하고 하나의 펜을 여러 장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피스 펜을 아이패드 프로에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스타일러스 규격 통합은 제조 비용 하락으로 연결된다. 최근 흐름은 터치 패널에 스타일러스 펜 위치 감지 기능을 통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터치 패널 제어 회로는 결국 반도체이므로, 회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넘지 않으면 생산 비용은 거의 동일하다. 그래서 통합이 되면 개발, 설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스타일러스 제조사는 그 비용을 디자인과 드로잉 성능을 높인 제품 상품화에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펜이 분실 되었거나 손상 되었을 경우 호환 제품을 구입해도 된다. 스타일러스 펜의 장점은 ‘문자 입력’ ‘포인팅’ ‘그리기’를 하나로 가능하다는 점과 학습이 불필요하며, 다른 장치보다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터치 다음 표준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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