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인사이드]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와 VR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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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인사이드]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와 VR의 미래
  • by 김정철
한 때, 나사(NASA)가 달에 다녀온 게 거짓이라는 음모가 돌았다. 그리고 그 연출은 영화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이 했다는 구체적인 음모론까지 있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감독이다. 조지 루카스가 맡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달은 우주 정복군과 우주 검투사가 대결하는 흥미진진한 격전장으로 바뀌었을 거다. 



만약 나사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실제 인간이 달에 갈 수 있다는 얘기지만 좋아하기는 이르다. 무려 38만 4400km를 스마트폰 없이 이동해야 한다. 게다가 대기권을 돌파할 때는 엄청난 중력도 견뎌야 한다. 기내식도 형편없을 거다. 오줌도 싼 후에 걸러서 다시 먹어야 한다. 사실 이건 괜찮은 제안이다. 평소에는 하기 힘드니까.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나사에 따르면 우주왕복선이 1kg의 물체를 우주로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8만 달러(약 9천 만원)라고 한다. 70kg 정도면 63억 정도가 드는 셈이다. 최저시급을 모아 우주여행을 가기 위해 필요한 저축기간은.....그만 두자. 
그런데, 이건 내 생각만이 아니다. 진화심리학자인 '제프리 밀러'는 어째서 우리가 외계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느냐는 '페르미의 역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한 적이 있다. "만약 미지의 외계인들이 엄청난 과학발달을 이뤄냈다면 그들은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기 보다는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어서 다른 것에 신경을 쓸 틈이 없을 거다."라고. 인류 역시 기술이 발달할 수록 우주로 나가는 것보다는 우주와 더 비슷한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은 가상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말하자면 멀리 떨어진 해왕성에 10년 걸려 놀러 가는 대신에 더 몰입감이 풍부한 '스타워즈'를 보러 가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그 편이 훨씬 재미있고, 안전하며,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세상의 추세도 그렇다. 우리 시대는 물리학이 아니라 심리학에, 실물 경제보다는 가상 경제에, 실제 체험보다는 가상 체험에 몰두하고 있다. 보이저호가 우주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지 관심을 갖기 보다는 스타워즈 7편이 언제 개봉할지에 더 관심들이 많다. 
미래를 보려면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어디에 취직하는지를 봐야 한다. 알다시피 이제 가장 똑똑한 인재들은 한국우주항공이나 나사를 가지 않는다. 그들은 우주선을 만드는 대신에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개인형 기기를 만드는 곳을 선호한다. 우주인과 교신을 시도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더 배너를 클릭하게 만들지 심리싸움을 하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네이버를 선호한다. 심지어 페이스북과 구글 역시 VR을 차세대 산업으로 꼽고 있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구글은 구글 글래스와 카드보드 VR을 만들며 가상 현실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삼성 역시 기어 VR을 만들며 VR을 행선지로 정했다. 애플? 애플은 현재 상황이 너무 만족스러우니 가상현실이 아직 필요 없을 거다. 어쨌든 미래는 빠른 속도로 VR 기술을 향해 나가고 있다.  



 

VR의 뜻과 의미, 그리고 현실성



- Jamie & Adam TESTED 캡처


VR에 대해 우선 오해를 하나 풀게 있다. 흔히 우리가 VR을 연상하면 눈에 커다란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침을 질질 흘리며 손을 허우적대는 것을 떠올리지만 사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의 정의가 HMD는 아니다. 인간의 오감을 속여 가상 공간이 실제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VR의 정의다. 따라서 알약 하나로, 목뒤에 꽂는 케이블로, 뇌에 이식한 칩셋이 VR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게임 속 미소녀에 반해서 현실의 여자친구라 착각한다면 그것도 훌륭한 VR 콘텐츠였다는 의미다. 중 2병? 리플리 증후군? 이 역시 심리적 VR이다.  
따라서 VR은 하드웨어적으로 완벽한 환경을 갖추지 못해도 상관없다. 인간의 오감은 그렇게 정밀한 것이 아니어서 어설픈 기술로도 계속해서 몰입을 시키면 실제로 현실이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마치 우리가 꿈을 꾸는 동안은 현실이라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VR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니고, 콘텐츠다. HMD는 마치 인터넷에 접속하게 만들어 주는 컴퓨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VR의 파괴력, 그리고 한계




VR에 대해서 대략적인 예측은 누구나 가능하다. 좀 더 몰입감 높은 게임, 영화, 스포츠, 여행, 교육, 그리고, 포르노 등등.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체험하게 될 것이고, 뉴스 대신에 폭탄 테러 현장을 직접 방문할 것이다. 낮에는 회사원이지만 밤에는 고고학자가 되어 아마존을 누빌 것이고, 이성 친구 대신에 가상의 이성 친구를 사귀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에는 실제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다만 아직까지 기술적 장벽은 존재한다. VR과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현실에 가상 그래픽과 데이터를 추가한 것)은 미래 기술임에는 분명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해 발생하는 '인지부조화' 현상이 있다. 인류가 만든 가장 뛰어난 몰입형 콘텐츠이기 때문에 가상 세계가 자신의 진짜 삶이라고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원할지 모른다. 소셜 미디어의 화려한 삶이 자신의 삶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다량의 정보로 인한 피로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3D TV가 반짝 유행에 그친 것은 3D TV를 장시간 시청하면서 느끼는 피로감도 큰 원인이었다. 현재의 VR 콘텐츠도 기기적 문제나 피로도 때문에 20분 이상 콘텐츠를 연속 시청하기는 힘든 편이다. 또, 하나는 인권침해 요소다. 이는 VR보다 주로 AR에 적용되는 얘기다. AR은 현실의 피사체 위에 다양한 정보나 데이터를 넣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정보를 가공하는 형태기 때문에 인권침해나 초상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R 기술들은 점점 더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인류는 가상경제와 대리 체험으로 점점 더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먹방을 통해 맛집을 대리로 즐기며, 네이버 댓글을 통해 초딩들의 삶을 대리 경험하고 있다. 
VR 기술도 마찬가지다. 공부 때문에 여행을 갈 수 없는 10대, 돈이 없어 애인을 사귈 수 없는 20대, 직장 때문에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없는 30대, 인생을 잘못 살아 되돌리고 싶은 40대 이상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현실의 삶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올 수도 있다. 현실보다 그게 훨씬 더 환상적이니까. 우주 식민지 따위는 눈짓 한번으로 건설하면 그만이다. 이래도 어두컴컴하고 조용하며 위험한 우주로 나갈 이유가 있을까? 


※ 앞으로 'VR 인사이드'코너는 비정기로 연재됩니다. VR 인사이드를 통해 VR에 대한 기술과 다양한 업체들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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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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