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대국 앞둔 이세돌, '승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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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대국 앞둔 이세돌, '승산 있다'
  • by 정보라
인간과 컴퓨터의 바둑 대국이 다음 달 9일 서울에서 벌어진다. 이세돌 프로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대국을 3주 앞두고 한국기원에서 2월 22일, 대국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구글 딥마인드의 대표는 대국 준비 중이라 한국에 오지 못하여, 이 발표는 서울과 영국 런던 이원생중계로 이루어졌다.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세돌 9단과 구글 행아웃으로 참석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
 

대국 규칙은 중국 바둑에 맞추어


이날 발표한 대국 일정부터 살펴보자. 이번 대국은 3월 9일 시작하여 10일과 12일, 13일, 15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호텔에서 이루어진다. 규칙은 중국 바둑에 맞추었는데 이는 알파고가 지난 18개월 동안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이 이를 수용하여,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어 진행한다.

시간 제한은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협의하여 결정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각각 제한 시간 2시간씩 갖는다. 둘은 수를 두는 시간을 2시간 안에서 배분하는데 2시간을 모두 사용하면 각각 1분 초읽기를 3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대국은 4~5시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 대국 일정

▲ 1국: 3월 9일(수) 오후 1시
▲ 2국: 3월 10일(목) 오후 1시
▲ 3국: 3월 12일(토) 오후 1시
▲ 4국: 3월 13일(일) 오후 1시
▲ 5국: 3월 15일(화) 오후 1시

대국은 알파고 대리자와 이세돌 9단이 둔다


알파고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직접 수를 둘 수 없다. 따라서 구글 딥마인드의 리드 프로그래머이자 아마추어 6단인 아자 황이 알파고를 대신하여 수를 둔다. 화면상에는 이세돌 9단과 아자황의 모습이 잡히게 될 것이다.

대국은 구글 딥마인드의 유튜브 계정으로 온라인 생중계된다. 영어와 한국어 공식 해설이 덧입혀질 예정인데 유창혁 9단과 김성룡 9단, 송태곤 9단, 이현욱 8단이 순서대로 하고, 영어 해설은 서양인 중 유일한 프로 9단인 마이클 레드먼드 9단이 한다. TV 생중계는 바둑TV에서 한다.

이세돌, 알파고 기력 “선에서 왔다갔다”



이세돌 9단은 기자간담회 내 긴장한 듯 보였지만, 승부에 있어서는 자신감 있는 말을 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그때(판 후이와 대국을 한 2015년 10월)보다 실력이 훨씬 올라왔을 거로 본다”며 “방심하지 않지만, (내 실력을 따라잡는 데) 시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에게 승산(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3 대 2’ 이런 승부는 아닐 것 같고, '한 판을 지느냐’, '5 대 0이냐', '4 대 0이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때 뒷편에서 '오오-'하는 탄성이 나왔다)

알파고의 기력에 대해서는 프로급이라고 봤다. 그렇지만 본인보다 밑에 있다고 봤다. “알파고의 기력을 보면 선 정도에서 왔다갔다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기자들은 "알파고는 몇 단인 것 같으냐"라고 물었지만, 프로 바둑 기사 사이에서 단 수는 의미가 없다. 바둑에서는 먼저 두는 쪽이 유리하다. 그 때문에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다. 알파고는 먼저 두더라도 핸디캡 없이 해야 할 실력이라는 게 이세돌 9단의 말 뜻이다. 프로급에 올라왔지만, 자기와 실력 차가 있다는 것.

(‘선에서 왔다갔다’라는 말을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물론 통역사까지 ‘3에서 왔다갔다’로 들어서 ‘알파고는 3단’이라고 잘못 통역되는 에피소드가 빚어졌다)

이세돌 9단은 잠들기 전 알파고와 상상으로 대국하는 훈련을 1~2시간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 말고는 특별하게 준비하는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이 알파고와 대국할 적기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알파고가) 4,5개월 사이에 많은 업데이트가 이루어졌겠지만, 그 시간 안에 저와 승부하는 것은 시간적인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인공지능이 계속하여 발전한다고 치면 일 년, 이 년 후에는 정말 알 수가 없어지는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구글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알파고, 대국장엔 전용선으로 입장


알파고의 능력을 묻는 질문에,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바둑 두는 데 있어서 알파고가 슈퍼컴퓨터를 능가한다고 대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슈퍼컴퓨터가 있다해도 바둑은 돌을 놓는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알파고를 슈퍼컴퓨터보다 높게 평가한 건 예상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줄 알아서가 아니다. 필요한 수만 계산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알파고가 이전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보다 진일보한 부분이다.

“‘딥블루’(인간과 체스하여 승리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는 한 수를 둘 때마다 경우의 수 2억 개를 살폈다”면서 “알파고는 10만 개만 평가한다”고 말했다. “10만은 사람이 두는 것보다 많지만, 컴퓨터로 따지면 많이 추린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알파고는 순간적인 계산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 계산 작업은 구글 클라우드에서 하고 대국장에는 인터넷 선을 통하여 입장한다. 본체라 할 수 있는 서버는 미국 중서부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인터넷으로 대국장과 연결된다. 이를 위해 구글은 대국이 열리는 포시즌 호텔에 초고속 인터넷 선을 연결한다.

구글, 사람과 사람이 대국하는 듯한 환경 마련한다


사람과 컴퓨터의 대결인 만큼 대국 환경에 관심이 간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은 인간과의 대결이 아니어서 어렵다”면서도 “대국 환경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최대한 인간, (그러니까) 전문 기사끼리 대국하는 것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포시즌 호텔은 서울에서도 우수한 호텔이고 거기에서도 자연광이 들어오는 방으로 마련했다. 절대적으로 조용한 환경에서 대국하게끔 마련했다.”


“역사에 획을 긋는 대결이 될 것”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을 바둑계는 어떻게 바라볼까. 바둑계뿐 아니라 인공지능 분야의 이목이 쏠리는 데에 긴장한 기색이 엿보인다. 이세돌 9단은 마이크를 쥔 손을 떠는 모습을 보였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사전에 준비한 원고에 없던 “바둑이 이렇게 주목을 받은 건 바둑 5천 년 역사상 처음인 것 같다”는 농담섞인 말을 했다.

“알파고가 등장하기 전까지 바둑계는 컴퓨터를 조금 우습게 알았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뒤이어 “이번 대회는 결과를 떠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컴퓨터 대회에서 우승한 컴퓨터도 인간 고수에게 다섯 점을 접혀야 하는 실정이었기에 이 차이를 극복하려면 적어도 몇 세대가 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알파고는 중국 프로이자 유럽 챔피언인 판 후이 2단에게 5전 전승을 기록했습니다. 진정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단정하지 않았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 승리 확률을 50%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구글의 겸손함이 담겼다고 가정할 때 이들의 자신감은 그 이상이겠지요. 판 후이와 이세돌 9단 사이에 분명 실력 차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판 후이를 5 대 0으로 꺾었다는 것은 알파고가 어떤 최종 관문을 통과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바둑이란 성채 밑에 바짝 육박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 관계가 새로운 고비를 맞은 것이지요.”


누가 이길까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가운데 누가 이길까. 구글은 승산 없는 싸움을 걸었을리가 없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가 본인의 실력을 바짝 쫓아왔다고 말하였으나, 이미 뛰어넘었을지 모른다. 판 후이와 한 대국과 이번 대국의 준비 과정을 비교하면 일리가 있다.

구글은 2015년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 후이와 대결을 조용히 치루었으나, 이세돌 9단과 대국은 시끌벅적하게 치룬다. 대국 두 달 전과 3주를 앞둔 2월 22일, 구글코리아 사무실과 한국기원을 오가며 이원생중계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대국 전날과 대국을 하는 5일 동안에도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또, 판 후이와 대국할 때랑 다르게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TV 생중계로, 세계에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여기다 12억 원이라는 상금까지 걸었다.

이세돌 9단이 바둑계에서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최근 성적이 부진하다는 점이 그의 승리를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중국의 커제는 불과 한 달 전 이세돌 9단을 꺾고, 세계 바둑 대회에서 3관왕을 거머쥐었다. 중국은 구글 서비스가 막힌 국가이다. 구글 클라우드에서 동작하는 알파고가 중국에서 대국을 펼칠 수 없으니, 차선으로 이세돌 9단을 선택한 게 아닐까.

승자가 누가 되든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의 말처럼 역사적인 대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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