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발생한 샌 버나디노 총격 사건 후 범인의 아이폰을 잠금 해제하는데 협조하라는 법원 명령에 대해 팀 쿡이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 서한으로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벌어진 논쟁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샌 버나디노 총격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해 9월 이후 지금까지 12대의 아이폰에 대한 잠금 해제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마크 츠윙글러 변호사가 판사에게 이를 증명하는 문서를 제출한 것이 확인됐다고 포브스가 23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 법원 제출 문서 PDF

각각 사법 관할 지역이 다른데요. 일리노이, 뉴욕, 캘리포니아, 메사추세츠 등에서 아이폰, 아이패드의 잠금 해제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중 10대는 애플이 거부했고 나머지 2대는 재정 신청과 영장 재발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팀 쿡의 공개 서한에는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단지 하나의 아이폰을 풀어 주기만 하면 간단하고 깔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 도구를 하나의 아이폰에 한 번만 사용할 거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일단 만들어진 기술은 수 없이 반복해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가 될 겁니다.
정부가 우리 제품에 백도어를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요구는 우리 정부가 지켜야 하는 완전한 자유와 해방의 가치를 심각하게 해할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됩니다.“

- 애플, 미국 정부의 백도어 요구 거절 (팀쿡 성명 요약문)
 
이에 대해 백악관은 백도어를 만들어 달라고 한 적이 없고 샌 버나디노 총격 사건의 범인의 아이폰 단 한 대의 잠금을 풀도록 도와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해명했습니다.
샌 버나디노 총격 사건은 12월 발생했습니다. 문서를 보면 이미 미국 정부가 오래 전부터 아이폰의 잠금 해제를 요구해왔다는 걸 알 수 있고 단 한 대만 요청했을 뿐이라는 백악관의 해명도 믿을 수 없게 됐습니다.


- Apple gives U.S. police the most info - CNN Money

 
CNN머니는 23일 ‘애플이 미국 경찰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라는 제목과 함께 애플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FBI와 싸우고 있지만 미국 경찰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래프를 하나 공개했습니다. 이 그래프는 애플이 매년 두 번씩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지난 해 상반기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내용입니다.

애플은 미국 수사 기관이 요청한 2,727건 가운데 1,407건의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일본 수사 기관이 897건을 요청했고 92건을 제공했습니다.
 
사실 CNN 머니의 이 기사를 보면서 의도가 궁금했습니다.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 이상할 건 없는데 말이죠. 다시 팀 쿡의 공개 서한 내용 일부를 보겠습니다.
 
“FBI는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테러리스트에 대한 동정은 없습니다. 그 동안 FBI가 정당한 소환장과 영장을 제시하면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FBI에게 조언할 전담 엔지니어도 배정했습니다.”
 
정당한 법원의 요구가 있다면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입니다. 문제는 정보 제공이 아니라 아이폰에 대한 잠금 해제 요청, 백도어 설치 요구에 대한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미국인의 51%가 애플이 법원 명령을 받아 들어야 한다는 응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것이 모든 미국인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이폰은 전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즉, 이 문제는 애플과 미 정부만이 아니라 모든 애플 제품과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팀 쿡은 공개 토론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법원 명령이 아닌 국회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법이 만들어 진다면 그 때는 애플도 따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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