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으로 만든 의수 '엑시' 모든 이들에게 기술을 공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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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으로 만든 의수 '엑시' 모든 이들에게 기술을 공개하다.
  • by 정보라
상 받으려고 낸 아이디어가 손을 잃은 사람에게 희망이 되었다. 오픈소스 의수 이야기다. 콘도 겐타와 야마우라 히로시는 도쿄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선후배로 만났다. 졸업 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콘도 겐타는 소니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야무라 히로시는 파나소니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하는 일은 달랐어도 둘은 졸업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청소기 회사 다이슨이 경연을 연다는 소식에 콘도 겐타와 야마우라 히로시는 머리를 맞댔다. 상을 타기에 좋을 아이디어를 골랐다. 3D 프린트기로 출력하는 의수를 만들기로 했다. 마침 3D 프린팅이 한창 주목을 받을 때였다. 시기가 좋았고 아이디어도 좋았다. 스마트폰으로 주변 기기를 제어하는, 유행 아이템도 활용했다. 수상 소식이 퍼지면서 둘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쳤다. 예비 사용자의 피드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모두 비슷했다. 사고로 손을 잃거나 날 때부터 손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직접 들을 기회를 얻었다. 4월 11일부터 12일 다쏘시스템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연 '경험의 시대에서 디자인'이란 콘퍼런스에 참석했는데 엑시가 발표자로 초대받아 왔다. 엑시가 3D 프린트로 출력하는 의수를 개발한 그 회사다. 콘도 겐타와 야마우라 히로시는 2014년 10월 엑시를 설립했다. 엑시는 의수를 들고 다녀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시연을 한 번 하면 지나가던 사람이 지켜보기 일쑤였다. 다쏘시스템이 차린 부스 못지 않게 두 사람 주변은 붐볐다.

[콘도 겐타와 코니시 테츠야]

“취미로 시작했는데 다이슨에서 상을 탄 뒤로 이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콘도 겐타는 그때를 떠올렸다. “쓰고 싶다”는 반응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직장에 다니던 중이었지만, 콘도 겐타와 야무라 히로시는 2014년 10월 회사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엑시라고 지었다. 의수이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야무라 히로시는 회사 동료인 코니시 테츠야를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코니시 테츠야는 동료 야마우라 히로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때를 기억했다. “파나소니는 큰 회사이지만, 그곳에서 일할 동기를 얻기가 어려웠다”며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쓰고 싶다’며 보낸 이메일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콘도 겐타와 야마우라 히로시의 아이디어는 코니시 테츠야가 합류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어한다는 콘셉트는 팔꿈치 아래의 근육을 센서가 감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의수를 최대한 기계적으로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그동안의 의수가 사람의 실제 팔과 손에 가깝게 만드는 것과 거리가 있는 발상이었다. 세 사람은 사용자가 의수를 패션 아이템처럼 느끼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어렵게 개발한 의수 만들기 기술을 오픈소스로 개방했다. 독점해서 팔아도 시원찮을 판에 공짜로 풀었다. 누구나, 모두가 그들에게 ‘왜?’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제품으로 만든다면, 일본에서 의수 시장 규모는 아주 작습니다. 그대신 우리는 오픈소스로 개방하여 저변을 넓히기로 했습니다.”

콘도 겐타는 말했다. 상 받으려고 만든 의수를 두고 손이 없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였다. 콘도 겐타의 옆에는 의수를 디자인한 코니시 테츠야도 있었다. 코니시 테츠야는 종이에 스케치를 슥슥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3D 캐드 소프트웨어인 카티야를 쓸 줄 안다.

카티야는 다쏘시스템의 소프트웨어로 부품부터 외관까지 3D로 디자인하는 게 특징이다. 디자인을 완성하면 마감재의 소재에 맞추어 질감과 색감을 가상으로 표현한다. 카티야의 이 특징은 제품 양산은 물론 샘플 작업하기 전까지의 시행 착오를 줄인다. 콘도 켄타와 야마우라 히로시가 코니시 테츠야를 끌어들인 건 코니시 테츠야가 이 모든 걸 가능케하는 카티야를 쓸 줄 알기 때문이었다.


엑시는 2년째 직원 수가 세 명 그대로다. 셋이서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관리한다. 그러면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세 사람의 회사가 기업이 아니라 비영리기구처럼 느껴졌다. 마음 한 켠에 남걱정을 하는 기운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왔다. 그 기운을 참지 못하고 이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그럼, 돈은 어떻게 법니까”

사무실이 일본 도쿄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협업공간에 있대서 나온 말이었다. 이곳에서 사무실을 빌려쓴다는데 나도 모르게 빌려쓸 돈이 있는지가 궁금했다. 엑시는 어렵게 만든 제품을 재료값 300달러만 받고 출력하고, 제조 기술은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엑시는 간간이 외부 기업의 디자인 컨설팅을 한다. 그리고 의수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나 상업적 용도로 쓰는 데에는 라이선스 비를 요구한다. 2014년 다이슨에서 수상한 뒤로 아직까지 지원을 받는데 지금은 다쏘시스템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린다. 다쏘시스템은 카티야를 비롯 코니시 테츠야가 의수를 디자인하는 데 쓰는 시뮬리아를 개발한 프랑스의 캐드 소프트웨어 회사다. 엑시가 이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이 되면 라이선스 비가 비싼 카티야, 시뮬리아를 공짜로 쓰고 사업 지원을 받게 된다. 물론, 지금은 지원을 받기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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