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IT 기기들의 치명적인 약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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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IT 기기들의 치명적인 약점들
  • by 김정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도착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들은 새롭기 때문에 어설픈 점이 존재한다. 최근 출시한 신제품들을 지르기 전에 다시 한번 아래 사항을 검토해 보자. 다만 이런 이유때문에 신기술을 영구적으로 거부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제조사들은 이 약점을 빨리 개선 해야 한다. 또, 소비자들도 미디어의 장미빛 리뷰에만 현혹되지 말라는 의미의 글이다.


모듈식 제품

최근 모듈식 기기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듈식 기기는 상향평준화된 하드웨어 시장에서 차별화를 주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테크 역사를 살펴보면 거치식 기기에서 모듈화는 성공한 적이 있지만 모바일 제품에서의 모듈화는 끝이 좋지 못하거나 흐지부지됐다. 예를 들어 PDA, 노트북, 시계 등에서의 모듈화 제품은 꽤 있었다. 그러나 그 제품들은 한 번의 실험으로 끝나거나 작은 부품을 잃어버려 책상에 처박아 두거나 모듈 구입비가 아까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테크 역사에서 지워졌다. 지금 나오는 모듈식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이 이 한계를 극복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제품의 완성도 문제라기 보다는 사용자 경험과 불일치했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사람은 10년이 지나도 잘 바뀌지 않는다. 

참고 링크 : 모듈식 디자인이 성공하기 위한 4가지 조건


가정용 로봇

지난해 소프트뱅크는 페퍼라는 가정용 로봇을 발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로봇 형태는 아니지만 아마존 대쉬도 로봇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제품이 준비되고 있다. 샤프는 5월부터 스마트폰 겸용 로봇인 '로보혼'을 발매할 예정이고, MIT 미디어랩은 지보를, 중국의 바이두, 일본의 히타치도 준비하고 있다.
이 로봇들은 클라우드 기반의 학습을 하며 인공지능의 완성도를 높여가는데 다소 불합리한 점이 있다. 학습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샤프의 로보혼은 월 10만원 정도를 결제해야 하고, 소프트뱅크 페퍼도 12만원 정도를 부담한다. 앞으로 나올 많은 로봇들도 월 지불액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클라우드 방식의 학습도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채팅 서비스인 '테이'를 내놨지만 인종차별과 폐륜적인 발언을 학습해 16시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바가 있다. 어쩌면 내게 찰지게 욕을 해대는 지능형 로봇을 이용하기 위해 한 달에 10만원씩을 과외비로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기우이길 빈다. 

참고 링크 : 장난감 로봇? 스마트폰? 정체가 궁금한 샤프 로보혼



태블릿 붙은 스마트 냉장고

요즘 태블릿 붙은 냉장고가 나오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냉장고가 똑똑해지는 것은 좋다. 냉장고 속에 처박혀 썩어가고 있는 재료를 체크하기 쉬울 거고, 부엌을 첨단 테크놀로지의 공간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냉장고는 한번 사면 보통 10년은 쓴다. 아니다. 요즘 한국 경제를 봐서는 15년 정도 쓰는 사람이 늘어날 거다.
15년 후에는 이 태블릿이 얼마나 구형으로 보일까? 냉장고에 붙은 태블릿 기능들은 냉장고 옆에 20만 원짜리 태블릿 하나만 세워놔도 대부분 해결된다. 쇼핑도 가능하고, 인터넷 검색에 영화, 음악도 들을 수 있다. 3~5년이 지나면 더 멋진 태블릿으로 쉽게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하지만 냉장고에 붙은 태블릿은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보안도 신경 쓰인다. 냉장고의 보안패치가 자주 이뤄질 것 같지도 않고, 10년 후에도 그 개발자가 회사에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다. 쇼핑이 가능한 냉장고가 해킹당하면 카드 정보와 결제 정보가 모두 뺏길 수 있다. 이건 아주 심각한 이야기다.

참고 링크 : 냉장고에 붙은 태블릿은 유용할까?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



스마트워치, 웨어러블 밴드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밴드를 몇 가지 써봤지만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이건 태블릿이 처한 현실과도 비슷한데, 2년전 제품과 지금 막 나온 신제품, 그리고 1년 후에 나올 신제품과 차이점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거다. 대부분 걸음 수를 기록하고, 수면을 분석하고, 심박 수를 체크해 준다. 6개월을 차도 웨어러블 밴드와 스마트워치는 아무런 발전이 없다. 사용자가 커스텀할 수 있는 OS가 필요하지만 어떤 업체도 시도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제품을 살 이유가 거의 없다. 쓸 만한 앱은 여전히 없고, 모든 기능이 스마트폰의 중복이다. 어떤 때는 그냥 거추장스럽고 별로 예쁘지 않고, 시끄러운 알람 밴드를 내가 왜 차고 있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피트니스 데이터는 몇 달 지나면 예상이 가능해서 큰 의미가 없어진다. 심지어 피트니스 기능도 갤럭시의 S헬스를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비슷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스마트워치는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 밴드의 현재 투자 가치는 카시오의 전자시계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홀로렌즈는 상당히 멋진 제품이다. 더기어의 이상우 기자도 홀로렌즈의 광팬이다. 주변의 글들을 봐도 홀로렌즈에 대한 기대만이 있을 뿐, 비판은 거의 없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가격 정도?
그러나 홀로렌즈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영상들을 유심히 봤다면 느꼈겠지만 홀로렌즈는 현실의 피사체에 홀로그래픽 영상을 덧입히는 형식이기 때문에 주변이 어두워야지만 현실감이 생겨난다. 밝은 대낮에 강남을 거닐며 누드해변 영상을 합성할 수는 없다. 오직 어두컴컴한 곳에서만 몰입감이 생겨난다. 즉, 하루 중에 약 10시간 정도만 제대로 쓸 수 있다. 또, 거리 문제도 있다. 실제 2m 거리에서 구현되는 홀로그램만이 현실감이 있다.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우면 눈으로 초점 맞추기조차 힘들다. 지금은 안시루멘이 낮고 저품질 렌즈를 품은, 저가 프로젝터의 불편을 그대로 안고 있다.

참고 링크  : 현실과 가상의 융합,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VR 기기들

VR 콘텐츠들은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는 단점이 있다. 어지러움이나 멀미 등의 피로도다. 그런데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삼성 기어 VR이나 LG의 360 VR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거치하는 방식들은 대부분 어지러움이 심하고, 몰입감은 적으며, 기기 자체의 발열도 문제다. 크레센트베이(오큘러스 리프트 DK3)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등은 어지러움을 잡아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제품을 테스트해야 확실히 알 거 같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통 10분 정도만 영화, 게임, 콘텐츠를 즐길 수 밖에 없다. VR을 끼는 순간 우리는 에반게리온이 되어 초를 다투며 콘텐츠를 즐겨야 한다.
완벽한 몰입감을 느끼고 지연시간을 줄이려면 8K영상의 콘텐츠와 20밀리초 이하의 지연시간이 필요한데, 이 정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는 드물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고? 맞다. 우리도 시간이 지난 후에 사면 된다.

참고 링크 : VR 산업은 언제쯤 눈앞에 펼쳐질까?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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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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