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스타벅스는 왜 무료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제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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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스타벅스는 왜 무료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제공했을까?
  • by 박찬용
스타벅스는 낭만적인 수식어로 묘사된다. 커피가 아니라 경험을 판다는 이야기, 집과 직장이 아닌 제 3의 공간이라는 이야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CEO 하워드 슐츠부터 낭만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는 고객과 커피와의 관계를 ‘로맨스’라고 표현하며 커피 맛이야말로 스타벅스의 본질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게 전부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은 스타벅스가 커피 회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판다. 스타벅스를 특별하게 하는 건 기술이다.” <컴퓨터월드>의 마이크 엘건이 ‘커피는 잊으라, 스타벅스는 테크 회사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쓴 기사의 첫 부분이다. 실제로 그렇다. <더기어>역시 일찍이 ‘스타벅스가 기술 기업인 10가지 이유’라는 훌륭한 기사를 소개한 적이 있다.

참고 링크 : 스타벅스가 기술 기업인 10가지 이유

실제로 스타벅스는 인터넷 기술을 아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하워드 슐츠가 CEO로 복귀한 2008년부터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영입했고 모바일 결재와 앱 등 스마트폰과의 연결도 충실하다. 기술 친화적 면모는 스타벅스가 소비자와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매장에서도 나타난다. 스타벅스의 매장 자체가 시대의 아이콘일 수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사람들을 모으는 가장 원초적인 인프라는 다름아닌 초고속 무선인터넷과 콘센트다.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설비가 갖춰진 커피숍이 몇 천개, 전 세계에 몇 만개 단위로 있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커피숍이 있다. 그 중 스타벅스에 간다면 전 세계 어디서나 무료 초고속 인터넷과 다른 커피숍에 비해 더 많은 개수의 콘센트가 있다. 이 설비가 몇만 개 단위로 쌓이면 이 일관성은 단순한 설비를 넘어 하나의 약속이 된다.

전 세계 어디서든 국제적 규모의 대기업은 그 규모를 들이대며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특징을 보증한다. 이제 우리는 전 세계의 빅맥과 던킨 도너츠의 맛이 어느 정도는 비슷할 거라 예상한다. 그래서 우리는 낯선 곳에서 배가 고플 때 맥도널드의 골든 아치와 던킨 도너츠의 로고 앞에서 항구를 찾은 배처럼 망설임 없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 당신이 해외에서 맥도날드에 가지 않는다 해도 해당 브랜드가 그런 신호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스타벅스 역시 국제적인 범위로 소비자들에게 약속한다. 여기서 무료 초고속 인터넷과 전원 연결이 되는 콘센트를 쓸 수 있다는 약속을. 즉 당신이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되어야 한다면 스타벅스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스타벅스 뿐 아니라 세상의 어느 대형 커피숍도 맛만으로 승부를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타벅스는 아주 많은 소비자에게 ‘제 3의 공간’이 된다. 제 3의 공간은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를 이야기하며 계속 강조하는 개념이다. 제 1공간인 가정, 제 2공간인 직장 다음의 공간이 ‘집과 사무실 중간에 존재하는 사회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 즉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공간이면서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 제 3의 공간이다. 하워드 슐츠는 <온워드>에서 ‘처음부터 스타벅스는 그런 소중한 기회와 시간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썼다. 여기에 스타벅스가 IT를 받아들인 핵심이 있다.

어떻게 보면 스타벅스가 판매하는 건 소중한 기회와 시간을 주는 공간이다.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을 사는 건 일정한 시간 동안 스타벅스라는 공간의 점유권을 사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는 늘 초고속 인터넷과 전원을 공급한다. 거기서 사람들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하워드 슐츠는 <온워드>에서 스타벅스를 찾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묘사까지 해 두었다. 비즈니스맨, 신생아의 부모,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커플, 퇴직자,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제 3의 공간’이라는 모호한 말을 풀어 보면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원형이 보인다. 스타벅스는 여러 사람이 모였을 경우 응접실 혹은 회의실이나 휴게실, 혼자 간다면 작업실, 서재, 혹은 대기실이다. 도시생활에 필요한 공간이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저렇게 다양한 공간을 다 자기 집에 갖추고 있을 확률은 높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럿이 모일 때든 혼자 일을 할 때든 스타벅스에 간다.

IT 친화적인 공간은 사람들을 스타벅스로 끌어들이는 하드웨어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진짜 잘 되는 가게가 되려면 온 사람들이 계속 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스타벅스는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스타벅스는 지금 모바일 결재 액수가 10억 달러를 넘어선 회사이며, 재고 관리와 직원 교육 등 여러 부분에서 효율적인 IT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처음부터 이런 회사는 아니었다. 스타벅스가 IT 친화적인 업체가 된 기점은 2008년부터다. 2008년은 실적 부진 때문에 하워드 슐츠가 CEO로 복귀한 때다. 그때의 스타벅스는 방향을 잃고 방만해져 주가가 떨어져 있었는데 경제위기까지 찾아왔다. 하워드 슐츠는 사장님만 할 수 있는 과단성으로 기업의 각 부위를 과감하게 고쳤다. 그 중 하나가 적극적인 IT 인재 영입과 시스템 구축이었다.

Image credit: REUTERS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에 IT를 도입한 건 IT에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워드 슐츠는 CEO에 다시 취임하기 전 스타벅스 경영진에게 ‘평범해져 버린 스타벅스 경험’ 이라는 메일을 보냈다. 스타벅스의 산파 입장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메일이 유출됐다는 점이었다. 전직 CEO가 자신의 회사를 비난하는 메일을 보냈으니 화제가 커질 수밖에.

하지만 스타벅스쯤 되는 큰 회사의 CEO는 역시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하워드 슐츠는 이 사건을 통해 ‘정보의 내용이 흘러가는 방법에 있어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술 혁신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그리고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것이 고객 경험이라면 인간관계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바꾸는 기술 혁명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CIO(최고정보책임자)에 IT분야 인물을 데려오고 CTO(최고기술책임자) 자리를 만들어 회사의 각종 영역에 IT를 밀접하게 연결시켰다.

스타벅스의 IT 하드웨어가 사람들을 찾아오게 한다면 스타벅스의 소프트웨어는 온 사람들을 또 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다른 커피 체인보다 훨씬 인터넷에 친화적인 멤버십 시스템을 만들었다. IT 기술은 오프라인 하드웨어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온라인 소프트웨어로 사람들의 재구매와 재방문을 유도한다. 이들이 다른 커피숍과 달리 성장했던 건 이처럼 끊임없이 찾아오게 하는 동시에 한번 찾은 사람들이 계속 찾게 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든 회사가 고민한다. IT가 유행이라고 하니까 홈페이지도 만들고 앱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볼 수 있듯 IT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IT 기술을 도입하는 건 ‘우리가 IT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우리 엄청 멋있죠?’ 라고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다.   

한때 크게 성장했던 카페베네의 성공담을 다룬 <카페베네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엔 “커피는 맛보다는 이미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배가 고파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잖아요. 뭔가 여유로움을 즐기고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서 커피를 마시겠죠.”라는 말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즐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계속 찾게 하려면 분위기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그렇게 쌓인 무형의 요소들이 튼튼한 브랜드를 이루는 축이 된다. 스타벅스의 IT 인프라스트럭처는 이들에게는 커피 냄새와 비슷한 브랜드의 축이 되었다. 그렇게 이들은 21세기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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