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ARM 프로세서 제조 의미와 애플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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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ARM 프로세서 제조 의미와 애플 아이폰
  • by 이상우

지난주 전 세계 IT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식은 인텔이 ‘IDF(Intel Developer Forum) 2016’ 기간 중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ARM과 협력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물론 인텔이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 ‘아톰’을 버리고 ARM 진영에 가담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첨단 제조공정에 재빠른 투자로 비용 절감과 성능 우위를 통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기존 전략을 고수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인텔이 마이크로소프트와 IT 업계를 주도하던 2000년대가 아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콤비는 '윈텔(윈도우+인텔)’이란 이름으로 PC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시장 패권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갔다. 동시에 PC 시장의 수요가 정체되며 호전될 기미가 없다. 구글과 삼성전자의 연대를 뜻하는 '삼드로이드'가 시장 지배자로 등극한 후 인텔의 입지는 점점 좁하지고 있다. 이것이 가까운 시일 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인텔이 모바일 프로세서 아톰을 포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임베디드와 서버, 고성능 PC용으로 공급되고 있으나 규모가 큰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서 스스로 철수함으로써 엄청난 규모의 반도체 생산 라인(Fab) 가동이 멈출 수밖에 없다. 그래서 TSMC 등 다른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ARM 기반의 SoC를 자사 생산 라인에서 제조할 수 있다면, 적어도 라인 가동률 향상과 감가 상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텔은 앞으로도 제조 공정 미세화를 꾀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 라인의 가동률을 꾸준히 유지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자기와 직접적인 경쟁이 없는 분야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중국 팹리스(설계만 하고 공장은 없는) SoC 업체인 스트레드트럼과 LG전자의 파운드리 계약도 그것의 연장성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만 TSMC나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같은 전문 파운드리 기업 그러니까 퀄컴 같은 규모가 큰 대량 생산 수주는 당장 힘들 것이다. 스트레드트럼만 해도 10나노 제조공정이 아닌 14나노 제조 건이다. 이 회사의 하이엔드 칩은 TSMC의 16나노 핀펫 콤팩트(FFC) 제조공정을 이용한다. 요컨대 일종의 테스트 성격이다. 장기적으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이 TSMC과 대등한 규모와 서비스,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텔, 2013년 파운드리 사업 준비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는 2013년 처음 나왔었다. 사실 그전부터 일부 제조사들과 제한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일례로 아크로닉스 반도체의 ’스피드스타’나 (지금은 없는) 타뷸라의 ‘스페이스타임 FPGA’는 인텔 22나노 제조공정을 이용해 제조된다고 공개적으로 알렸고, 네트로놈 IXP 시리즈의 네트워크 프로세서 또한 인텔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만들었다. 제한적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2013년 11월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라는 조직이 정식 출범하면서다. 그해 3월 알테라의 ‘스트라틱스 10’이 인텔 14나노 제조공정 라인에서 생산한다는 계약이 체결됐고, 이듬해 7월에는 파나소닉이 커스텀 LSI 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등 꾸준히 외주 생산을 해왔다.
그러면서 인텔은 14나노 제조공정에 이어 10나노 제조공정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22·14나노 제조공정은 말하자면 사전 학습일 뿐 10나노 제조공정이 파운드리 사업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ARM의 프로세서 IP와 아티산(ARM Artisan) IP를 10나노 제조공정 라인에서 생산하는 것은 인텔의 역량을 입증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텔 10나노 핀펫 제조공정에 ARM IP 제공

인텔과 ARM의 파운드리 사업 협력은 인텔의 10나노 제조공정을 통해 ARM의 고성능 SoC를 생산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현재 ARM SoC는 16~14나노 제조공정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이것이 10나노가 됨으로써 비용은 약간 상승하겠지만 그만큼 저전력 저발열의 작은 칩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2017년을 기점으로 ARM SoC는 10나노 제조공정으로 이행되면서 인텔은 모바일 프로세서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PoP(Package on Package: CPU 위에 또 다른 층을 만들고 거기에 D램을 적층하는 방식)’은 칩의 높이가 커지는 단점 때문에 갈수록 소형화되는 모바일 기기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팬아웃(Fan Out)’ 기술을 활용한 ‘WLP(Wafer Level Package, FOWLP)’다. WLP는 웨이퍼 단에 부품을 넣는 기술이라 층 자체가 불필요하다. 그만큼 소형화가 쉽다.
팬아웃 기술은 독일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가 개발한 eWLP 기술을 참조한 것인데 인텔이 이 회사에서 인수한 베이스 밴드 프로세서 부문(현 인텔 모바일)이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인텔은 SoC 제조에 이 기술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지만 출발선은 선두 업체와 동등한 수준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애플 A칩’ 인텔이 제조할 가능성

인텔은 애플 맥에 인텔 CPU가 탑재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애플에 우선적으로 칩을 공급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리고 애플이 직접 설계하는 ‘애플 A칩’ 제조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번 ARM SoC 생산은 인텔이 애플 A칩 생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맥에 이어 아이폰·아이패드용 애플 A칩의 대량 생산을 기대할 수 있다. 애플은 과거 A칩 생산 일정에 쫓겨 제품 공급이 원활치 못 했던 경험이 있기에 인텔의 제조능력은 매력적으로 비칠 것이다. 한 곳에 생산이 집중되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안된다. 애플이 인텔의 제조 라인을 이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애플이 다음 달 공개하는 아이폰7은 새로운 SoC ‘애플 A10’이 탑재될 전망이다. 애플 A10는 TSMC가 생산을 맡았는데 14~16나노 제조공정에서 (원형 기판 위에서 칩을 올려놓고 패키지 재배선 작업을 하는) InFO 패키지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인텔이 만약 TSMC를 밀어낸다면 2017년 나올 ‘애플 A11’을 생산하게 된다. FOWLP 기술의 10나노 핀팻 제조 가능성이 높아 애플로서도 최상의 선택이다. A칩은 그동안 2년꼴로 큰 폭의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 A10은 A9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지배적이고 그렇다면 A11은 제조공정 혁신을 포함한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흔한 쿼드 코어가 대표적이다. 인텔이 추진 중인 무접점 충전 기술 ‘리젠스(Rezence)’도 아이폰에 적용될 수 있다.

또한 통신 부분을 담당하는 '베이스 밴드 프로세서(LTE 모뎀)’도 인텔이 차지할 수 있다. 현재 아이폰은 퀄컴 모뎀을 쓰는데 아이폰7은 인텔 모뎀을 채택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다(아이폰4 이전까지는 인피니언 모뎀을 사용). 현재는 SoC 및 베이스 밴드 프로세서가 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텔이 애플 A칩 생산을 한다면 베이스 밴드 프로세서를 애플 A칩에 내장, 원칩 구성도 가능하다. 이것은 내부 면적을 줄이고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인텔의 애플 A칩 제조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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