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IT전문 방송은 사치인가? 차정인의 티타임 종영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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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IT전문 방송은 사치인가? 차정인의 티타임 종영에 부쳐
  • by 김정철
국내 유일의 지상파 IT전문 프로그램인 KBS 차정인기자의 T타임(이후 차정인의 티타임)이 오는 27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2012년 시작된 이후로 4년간 방영됐기에 긴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로 새벽 시간에 편성되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종영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이미 종영이 결정됐으니 결과론보다는 우리가 정말 아쉬운 부분을 한번 돌아봤으면 합니다.

[차정인 기자의 T타임의 차정인 기자]

우선 차정인의 티타임은 2012년 10월 14일 '어려운 IT를 재미있고 쉽게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주제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4년간 국내외의 주요 IT소식을 쉽게 풀어줬고, 많은 IT 관련 전문가들과 업계의 관계자들이 출연했습니다. 저도 패널로 출연하면서 운 좋게 방송을 몇 번 탔습니다. 녹화에 들어가면 차정인 기자의 주문은 언제나 한 가지였습니다. "더 쉽게, 더 쉽게 풀어서 누구나 알 수 있게 설명 해주세요."

사실 차정인의 티타임은 일반 방송사나 케이블에서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주제입니다. 케이블에도 IT를 다룬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곧 사라지곤 했습니다. 이유는 IT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들 대부분은 스스로 정보를 찾을 만큼 기계에 능숙하고 웹이나 모바일에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굳이 TV로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기 보다는 웹이나 검색을 통해 스스로 궁금한 점을 해결하니까요. 구조적으로 IT프로그램은 만족할만한 시청률을 얻기 힘들 겁니다.

그렇기에 KBS가 편성했던 차정인의 티타임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테크나 IT에 관심은 있지만 정보에 접근하기 힘드신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었으니까요.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가 아니라면 할 수 있는 방송사가 없었을 겁니다.

비록 시청률은 2% 전후였지만 그래도 전체 인구로 따지면 100만에 가깝습니다. 그 100만 명 중에는 동종업계 종사자도 있었을 테고,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개되어 두근대던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올해 뉴스에서 매일 나오던 알파고, 포켓몬고가 무슨 소리인지 몰라 기다리던 분들입니다. 이제 알파고의 '머신러닝'과 포켓몬 고의 '증강현실'을 누가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물론 더기어는 쉽게 설명해줄 테지만 그 분들에게 더기어는 너무 작고 요상한 매체니까 쉽게 도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모바일과 웹, VR과 인공지능이 익숙한 단어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습니다. 아직도 전자렌지로 물을 끓이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게임이 아이들을 망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이런 정보의 격차는 그냥 웃어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할때 정보의 격차로 인해 무산되고,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로 대립각을 세우게 되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맛볼 수 밖에 없습니다. 세대, 나라별 정보의 격차, 기술의 격차는 이미 중요한 의제로 전세계 사회학자와 미래학자들에게 논의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세대간, 성별간, 직업별 정보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지상파 IT 프로그램의 종영은 더 아쉬움을 남깁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애플이 만드는 스마트폰을 쓸테고,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의 서비스를 이용할 것입니다. 테크놀로지는 점점 더 일상이 되어가고, 숨쉬는 것만큼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혜택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분들에게는 정말 산소 같은 프로그램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아쉽고, 섭섭합니다. 더 확대되어도 부족한 세상에 오히려 그런 프로그램들이 점점 더 찾기 힘들어지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IT 전문 프로그램은 사치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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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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