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아라는 왜 실패했을까?
상태바
프로젝트 아라는 왜 실패했을까?
  • by 김정철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의 로이터 통신은 구글이 '프로젝트 아라'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전했다. 구글은 아직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실제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마 프로젝트 아라는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젝트 아라에 대해서 비관적인 시선이 있었으나 극복해주길 바랬던 나로서는 안타깝다. 하지만 프로젝트 아라의 콘셉트는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좋은 취지, 놀라운 아이디어


프로젝트 아라는 원래 모토로라가 추진하던 모듈폰 프로젝트였다. 모토로라가 구글로 피인수되면서 구글로 이 프로젝트는 이관됐다. 그리고, 구글은 I/O 2015를 통해 공식적으로 '프로젝트 아라'를 발표했다.
프로젝트 아라는 공익적인 취지가 돋보인 프로젝트였다. 한해 수억 개가 생산되는 스마트폰은 많은 폐기물과 자원낭비를 유발한다. 그래서 필요한 모듈만 교체하는 식으로 스마트폰의 주기를 늘리고, 원하는 기능만 업그레이드하자는 실용적인 아이디어였다.
카메라,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메모리 등이 모듈식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자주 쓰는 모듈만 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마치 조립 PC나 분리형 오디오처럼 뛰어난 성능을 즐길 수도 있었다. 또, 자신이 자주 쓰지 않는 기능에 과도한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므로 좀 더 저렴하게 스마트폰 구입도 가능할 것 같았다. 언뜻 보기에는 이상적인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왜 안됐을까?



하드웨어 밸런스의 무시

어느 한 기능을 크게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멋진 아이디어다. 그러나 하드웨어 발란스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예를 들어 카메라의 화소수를 높이고, 3D 카메라 기능을 추가했다고 치자. 단순히 2만원짜리 카메라 모듈만 추가하면 될까? 아니다. 카메라 기능이 강화되면 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해 램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저장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으니 저장공간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카메라 모듈과 소프트웨어를 일치시키려면 프로세서도 업데이트해야 한다.  
또, 디스플레이가 업그레이드 되면 배터리가 부족해진다. 배터리 모듈도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데, 효율이 그대로라면 대용량 배터리를 사야 해서 곱등이 스마트폰이 되야 한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그래픽 엔진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역시 프로세서도 건드려야 한다. 이렇게 패키지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일반 소비자가 학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양한 패키지를 업그레이드하다 보면 비용도 신형폰으로 바꾸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질지 모른다.




안정성 문제

지난 해에 프로젝트 아라가 낙하테스트의 실패로 출시가 연기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구글의 농담으로 밝혀졌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거치해 두고 쓰는 PC나 오디오 등과는 달리 항시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스마트폰은 조립후의 안정성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또, 인체에 밀착하다 보니 수분과 먼지 등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물에 빠뜨린 아라폰이 제 기능을 찾을 수 있을까? 모든 모듈을 한꺼번에 바꿔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게다가 최근 플래그쉽 스마트폰들은 물에 씻어서 쓸 수 있을 정도로 방수, 방진 기능을 강화했다. 물에 빠지면 바로 고장이 나고, 바닥에 떨어 뜨리면 모듈이 산산조각 날 것 같은 아라폰을 굳이 구입하고 싶을까?
안전 문제도 있다. 배터리가 많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다른 모듈을 빼고, 배터리 모듈을 다 끼우면 배터리 수명이 늘어난다는 아라의 초기 아이디어도 소비자들에게 많은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7 사태에서 보듯이 배터리의 설계와 안정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충전과보호 장치나 과열 장치를 잘 제어하지 못한다면 배터리의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현실적이지 못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지원의 어려움

모듈이 계속해서 개발되면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프로세서) 역시 이런 기능을 모두 지원해야 한다. 퀄컴이나 삼성 같은 칩셋 개발사들로서는 무척 귀찮은 일이다. 과연 퀄컴이 이런 희생정신을 발휘할까?
소프트웨어의 파편화도 심해질 수 있다. 구글이야 자신들이 만든 업보이기 때문에 해야 하겠지만 지금 안드로이드의 파편화만으로도 구글 개발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프로젝트 아라로 추가 파편화가 생긴다면 구글은 개발자들에게 회피하고 싶은 직장 1순위가 될 수도 있다.



쓸 만한 모듈을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을까?

LG는 G5를 모듈 스마트폰으로 내놓으며 많은 화제가 됐다. 그러나 출시한지 6개월이 된 시점에서 새로운 모듈은 등장하지 않았다. 초기에 나온 카메라 그립 모듈, 고음질 모듈 외에 마땅한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모듈 비용이 비싸다는 문제도 한몫 한다. 스마트폰은 대강 수요예측이 가능하고, 하나의 모델을 생산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으로 인한 비용 하락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듈은 모든 스마트폰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요예측이 힘들다. 또한 모듈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개별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 모듈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비용을 낮추려고 모듈화를 시켰는데, 오히려 완제품보다 비싼 역설적인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거다.

프로젝트 아라는 그 밖에도 디자인 문제, 유격 문제, 써드파티사의 참여 문제 등 소소한 문제거리가 많았던 아이디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조립 PC와 윈도우의 조합에서 힌트를 얻어 스마트폰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를 바랬고, 프로젝트 아라가 그 중심이 되길 원한 것 같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단순히 일을 하는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겸하고, 감성적이며, 패션화된 기기임을 잊은 것 같다. 프로젝트의 아라의 아이디어는 위대했지만 그 아이디어가 실현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BOUT AUTHOR
김정철
김정철 jc@thegear.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COMMENT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