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앱] 나는 단순한 앱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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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앱] 나는 단순한 앱을 쓰기로 했다
  • by 정보라
핸드폰은 쉬지 않고 발전한다. 이어폰 잭이 사라지고 카메라 성능은 디지털 카메라를 따라잡고 화면은 점점 또렷해졌다. 스마트폰은 버전업을 거듭하는데 이 흐름을 거슬러가는 앱이 있다. 변화를 무서워하는 내가 요즘 내려받은 앱이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대단할 걸 하고 싶지 않다.


필름 카메라의 불편함을 느껴보자 '필카'


필카라는 앱은 상당히 이상하다. 불편한 것 투성이다. 가로 모드로만 써야 하고 사진을 찍으면 바로 보여주지 않는다. 앱에 있는 폴더함에 가야 보인다. 무슨 베짱인지 모르겠다. 아, 기능이 더 있다. 사진을 찍을 때 플래시를 켜고 끌 수 있다. 촬영 모드에서 화면을 꾹 눌러 초점을 맞추는 기능도 있다.

필카를 써서 좋은 건 뭘까. 단순함이다. 필터를 고르고 사진을 자르고 노출과 색조를 조절하는 귀찮은 일은 하지 말자. 필터는 단 하나뿐이다. 옵션도 없다. 찍으면 무조건 적용이다. 2016년에 찍은 사진을 20년 전 인화한 빛 바랜 사진처럼 만든다.

기능은 없지만, 필카는 필름 카메라를 쓰는 기분이 나라고 장치를 세심하게 마련했다. 사진 폴더는 24장 또는 36장씩만 저장한다. 폴더를 999개까지 만들 수 있으니 999*36장을 저장할 수 있는데 어찌 되었는 폴더 하나엔 24장 또는 36장만 들어간다. 필름 카메라를 써본 사람은 짐작할텐데 필름 한 롤이 24방, 36방인 것에서 따온 아이디어다. 폴더는 이름을 바꿀 수 없고 ‘롤 001’, ‘롤 002’처럼 숫자로만 구분한다.

필카로 찍은 사진은 간단하게 메모하여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거나 아이폰 기본 사진 앱에 저장할 수 있다. 사진에 메모할 때조차 가로모드여야 하는 건 불편하다. 유료 1.09 달러. 아이폰 앱 다운로드. 안드로이드폰 앱 없음.

[필카로 촬영할 때 화면. 촬영 모드를 딱히 설정할 게 없다.]

[찍으면 이렇게 필터가 자동으로 입혀진다.]

[필카에선 사진 폴더를 '롤'이라고 부른다. 롤은 999개까지 만들 수 있다.]

[사진 설명과 같이 저장하기 또는 공유하기를 선택하면 위와 같은 파일이 떨어진다.]



파스텔 색종이에 일기를 ‘팔레토’


언제부터인지 직사각형 길쭉한 메모지보다 가로 세로 1대 1 비율의 메모지가 익숙해졌다. 사진도 3.5X5가 아닌 정방향으로 된 게 평범해 보인다. 팔레토는 정사각형 일기장을 만들었다. 팔레토 앱으로 할 수 있는 건 세 가지다. 글쓰기와 사진 올리기, 그리고 공유하기다. 글만 쓸 때엔 일기장의 배경색을 바꿀 수 있다. 사진에 낙서를 하거나 일기를 쓸 때엔 글꼴을 고르면 된다. 글꼴 바꾸기는 앱을 깔고 나서 바로 쓸 순 없다. 팔레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 하거나 앱 리뷰를 달아야 공짜로 풀린다.

팔레토가 일기 앱이라고 소개했으나, 그날의 아이디어나 떠오르는 단어를 적는 수첩으로 써도 된다. 전날 생각 난 걸 다음날 적을 생각은 하지 말자. 유료 1.09 달러. 아이폰 앱 다운로드, 안드로이드폰 앱 다운로드

[팔레토 앱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붙이면 그림일기가 된다. 바탕색과 글꼴을 바꿀 수도 있다.]

[쓴 일기는 날짜별로 모아보거나 태그로 모아서 읽자.]



뭘 쓸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씀’


글은 쓰고 싶은데 시작하기가 어렵다면 씀 같은 앱을 써보면 어떨까. 씀은 백일장 같고, 초등학교 ‘쓰기’ 교과서 같은 앱이다. 하루에 두 번 아침 7시와 저녁 7시에 주제를 던진다. 앱 아이콘은 원고지 모양이다. 내가 원고지를 만져 본 지가 몇 년 되었더라.

씀이 주는 글감은 매우 감상적이다. 예를 들어 2016년 10월 2일의 글감은 ‘‘시계’와 ‘조금씩’, 1일은 ‘처음부터’와 ‘텅 빈’, 9월 28일은 ‘지치다’와 ‘바닥’이다. ‘너무 늦은’이 나온 적도 있다. 이 오글거리는 주제로 그 누가 글을 쓸까 싶은데 인기 있는 글감은 공개된 글이 5,6천 편이 넘는다. 씀은 블로그 서비스처럼 글쓴이들이 서로 글을 공개하고 돌려 읽게끔 한다. 공개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앱 아이콘을 원고지로 따온 만큼 씀은 글쓰기에만 집중했다. 사진을 올리거나 글꼴과 바탕색을 바꾸는 기능은 없다. 원고지에 글 쓸 때 필요한 준비물이 펜 뿐인 것처럼 씀에 글을 쓸 때 알록달록함과 사진 같은 건 없어도 된다. 글에 집중하자.

기능이 제한적이지만, 글자 수는 제한이 없다. 안드로이드폰용 앱은 아이폰보다 기능이 좀 더 있는데 맞춤법을 확인하고 글자를 키울 수 있다. 무료. 아이폰 앱 다운로드, 안드로이드폰 앱 다운로드

['씀'은 원고지에 펜촉으로 글쓰기를 콘셉트로 한다. 편집은 신경쓰지 말고 글쓰기에 집중하기.]

[하루에 두번 글감이 나온다. 쓰기 막막하면 원고지를 뒤로 넘기면 나오는 글을 참고하자.]

[원고지 뒷장 아래에 '공개 씀'을 누르면 오늘 글감으로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볼 수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이전의 글감으로 쓴 글도 볼 수 있다.]



준비한 건 6가지 소리뿐 '무지 릴렉스'


무지 릴렉스는 무인양품이 만들었는데 수면을 유도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앱이다. 일본 각지에서 수집한 새가 지저귀고 파도가 치고 큰 나무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계곡에서 물이 흐르고 폭포에서 나오는 소리와 장작이 타는 소리를 담았다.

앱을 열면 소리가 나오는데 화면을 좌우로 쓸어 넘겨 소리를 고르면 된다. 앱 아래 자명종 모양 단추를 눌러 30분, 60분, 90분 단위로 타이머를 맞출 수 있고, 화면을 터치하여 그림의 바탕이 흰색으로 바뀌면 소리가 멈춘다. 무지가 준비한 소리 6가지가 오늘따라 마음에 안 든다면 내 심박수를 들려주자. 카메라 렌즈에 손가락을 대면 무지가 심박수를 확인하고 나에게 맞는 소리를 찾는다.

이 앱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쓸 때 효과가 좋다. 그렇지만 주의사항이 있다. 무인양품은 심장 질환이나 간질을 앓거나 운전 중, 몸이 안 좋은 때에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 바이노럴 비트라는 뇌파를 조절하는 특수한 소리를 쓰기 때문이라는데 이 앱을 쓰면서 속이 불편해져도 자제하라고 당부한다. 10세 미만도 피하자.

무료. 아이폰 앱 다운로드, 안드로이드폰 앱 다운로드.

[무지 릴렉스는 파도, 새, 타는 장작, 계곡, 폭포, 나뭇잎 소리를 들려준다.]

[사용자의 심박수를 재서 잠자기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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