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애플 따라하기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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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애플 따라하기와 한계
  • by 이상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이 지난 주 하루 간격으로 새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 두 글로벌 IT 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만든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설계하면 보다 매끄럽고 완성도 높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애플의 소비자 만족도가 높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시 일주일 만에 적용률 50%를 넘어선 iOS 10이 대표적인 예다. 전세계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동시에 새 운영체제 배포가 가능해 애플뮤직, 애플페이 등 새 서비스 신속하게 시험해보고 적용할 수 있다. 하드웨어 평준화에 따른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재 윈도우10 채택이 더딘 MS에게 이런 애플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넷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10월 현재 윈도우10 점유율은 22.5%다. 9월 보다 0.5% 감소한 것이다.

출발이 달랐다. 애플은 애초 생태계 전체를 소유하고 통제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어면서 앱 판매액의 일정 부분도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 또, 아이튠즈를 통해 콘텐츠 사업도 통제하고 있다. 반면 MS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기반한 동맹 제조사와 공생하는 비즈니스를 했다. 느슨한 하드웨어 가이드 라인을 제공할 뿐 통제하지 않는다. 이를 증명하듯 MS의 매출에서 윈도우와 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고 생산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시장이 아직도 중요한 매출원이다. 그런데 윈도우10은 상황이 다르다. 일반 소비자도 기업 시장도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 앱과 콘텐츠를 통해 구매자로부터 수익을 발생시키는 아이폰이라는 확실한 매개체가 있는 애플과 달리 MS는 그것이 없다. 즉, 윈도우10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된 시티아 나델라]

나델라 CEO가 취임한 뒤 MS의 완전한 체질개선을 목표로 주력사업에서 공격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나델라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공격적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태블릿PC 제품에 윈도우 라이선스를 무료로 배포하는 등 파격적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또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는 투인원 형태의 태블릿 PC ‘서피스’ 라인업을 강화하며 하드웨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MS의 서피스 제조는 델, HP 등 동맹 제조사의 의존도를 낮춰 애플과 유사한 생태계를 만드는 동시에 PC 시장 성장 둔화 돌파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다. 모바일 기기 등의 하드웨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만 윈도우가 운영체제 시장에서 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피스, 투인원 PC 시장 개척

MS가 하드웨어 사업에 초점을 맞추면서, 소프트웨어 라이선싱 매출 창출을 위해 수십 년간 의존해온 동맹 제조사와 경쟁구도에 놓일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MS는 철저히 프리미엄 전략으로 동맹 제조사들보다 높은 가격 정책을 유지하며 플랫폼 개척자로서 본래 역할을 잊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서피스 프로 4는 동일 사양의 대만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3 프로’ 보다 30만원 정도 비싸게 팔린다. 서피스와 디자인이 거의 유사해도 애플처럼 고소를 하는 것도 아니다. 윈도우10 기기 판매는 여전히 동맹 재조사들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다.

MS는 사람들이 계속 윈도우10에 주목하길 원한다. 거의 매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실험한다. 윈도우10 1주년 업데이트를 내놓은지 2개월이 넘지 않아지만 최근에는 '모두를 위한 3D 플랫폼'을 공개했다. MS는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스페셜 이벤트에서 '윈도우10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를 소개하며 3D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가장 쉬운 윈도우를 제시했다. 2017년 봄 공개되는 이 업데이트는 크게 ‘3D’ ‘혼합현실(MR)’ ‘게임’ ‘연결과 공유’ 4가지 분야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서피스가 그랬던 것처럼 홀로렌즈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혼합현실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레노버, 에이서, HP 등 동맹과 손잡고 윈도우10 사용자들에게 싼값에 제공할 것임을 내비쳤다.


참고 링크 : 델, 에이서, HP까지 윈도우 10 VR 헤드셋 만든다

새로운 데스크톱 PC 개척을 위한 움직임도 있다. MS는 첫 데스크톱PC ’서피스 스튜디오’를 공개하며 윈도우의 이상을 모두 담았다. 놀라운 물리적인 디자인과 인상적인 내장 하드웨어가 결합된 올인원 PC인 이 제품은 전문가 및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스플레이는 트루 스케일 1:1 이미지 재현이 포함된 4,500x3,000 해상도를 갖췄는데, 스케치할 때 자연스러운 자세를 위해 20도 각도까지 눕혀진다.

윈도우10가 나오면서 MS가 전통적으로 고수해 온 라이선스 방식에도 변화를 맞이한다. 서비스 형태의 윈도우 옵션은 복잡하기로 이름난 MS 라이선스 방식을 대폭 간소화하므로 IT 자원이 제한된 작은 회사들에게 특히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애플 mac OS와 iOS, 구글 안드로이드와 크롬 OS가 모두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 시장에 진출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이것들은 OS 자체에 라이선스 비용이 없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 사전 설치 형태로 제공되고 업데이트도 무료다. 즉, 기기 비용 외에는 기본적으로 라이선스 비용이란 것이 없다. 애플이 iOS와 mac OS에서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새로운 기능과 일관된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것처럼 영구 라이선스로 바꾼 것이다.



MS의 딜레마는 윈도우폰

MS는 윈도우에 오피스 365 등 다른 주요 제품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한다. 사실 가치 측면에서 큰 이득이다. 오피스 365는 iOS와 안드로이드를 포함, 윈도우10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기기 기반이 아닌 사용자 기반 방식을 채택한 만큼 새로운 구독 방식 요금제 사용자는 윈도우10 PC 또는 기기 뿐만 아니라 맥 또는 모바일 기기에도 오피스 365를 설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MS는 오늘날의 멀티 플랫폼 경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PC 이상의 대상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MS는 커넥티드 카 등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AI 부문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윈도우10 음성비서 ’코타나’가 MS의 대표적 AI 기술이다. AI는 거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상의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투인원 서피스와 윈도우폰, X박스와 홀로렌즈 같은 VR 헤드셋을 연결하는 하드웨어 에코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윈도우10이 이를 제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시장에 몰두하고 있는 MS의 가장 큰 약점은 애플과 구글이 꽉 틀어쥐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노키아 모바일 사업부 인수로 스마트폰 사업에 도전해 봤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구글과 애플이 AI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을 모든 기기의 허브로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은 모바일을 넘어 커넥티드 카 등 사물인터넷의 중심 기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MS의 하드웨어 사업이 여전히 불안한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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