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하만을 인수했나?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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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하만을 인수했나? 5가지 이유
  • by 김정철
삼성전자는 오디오를 무척 사랑했다. 물론 이건희 회장 얘기다. 하드코어 유저이자 성공한 오덕후였던 이건희 회장 시절에 삼성은 일본 오디오 메이커인 럭스만을 인수하기도 했고, 하이엔드 오디오 사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번 하만의 인수도 그런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할까? 마침 하만은 JBL, 하만카돈, AKG 등의 수준급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의견도 솔깃하다. 그러나 점점 더 힘을 잃어가는 홈오디오 시장을 노린 것이라기 보다는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사업에 도전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대신, 삼성은 하만의 많은 오디오 브랜드를 다른 방식으로 소비할 가능성이 있다.


1. 차세대 자동차 토탈 솔루션

차세대 자동차를 일컫는 용어는 주로 커넥티드 자동차,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을 꼽는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커넥티드 자동차의 생산이 올해 1200만대 규모에서 2020년 6100만대로 5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 자동차 역시 급증하고 있다. 구글, 애플 역시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테슬라나 벤츠, BMW 등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많은 연구,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전기차 역시 2025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와 BYD, 폭스바겐 그룹, BMW 등이 전기차 산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으며, 테슬라의 선전으로 전기차 시대가 5년 이상 앞당겨 질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차세대 자동차 중에서 전기차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 SDI는 연료전지 부문에서 세계적인 회사다. BMW의 전기차에도 납품하고 있고, 포드 등도 삼성 배터리를 쓴다.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올해 세계 1위의 전기차 업체인 BYD에 5천억을 투자하기도 했다.

모터기술 역시 전기차의 핵심인데, 삼성은 세탁기, 청소기 등을 만들며 모터기술 역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기가 가진 카메라 모듈 기술은 자율주행차량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삼성은 차세대 자동차의 주요 부품을 모두 공급 가능한 몇 안 되는 회사다. 여기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오디오 분야까지 갖추게 되면 LG와 파나소닉 등을 넘어 가장 다양한 솔루션을 가진 회사가 된다. 또, 마음만 먹는다면 단번에 전기차를 생산할 수도 있게 된다. 



2. 카오디오 시장에서 하만의 높은 장악력

하만이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카오디오 분야다. 하만은 B&W 카오디오 부문, B&O 카오디오 부문을 인수했다. 그 밖에도 JBL, 렉시콘도 여러 자동차 메이커에 두루 쓰인다. 하만은 여기에 단순히 카오디오만 생산하는 것이 아닌 인포테인먼트(내비게이션+오디오)시스템과 텔레메틱스까지 통합된 시스템을 납품하는 완성부품 업체다. 즉, 대쉬보드에 쓰이는 대부분의 시스템을 제공하는 1위 업체다.

[하만의 카오디오의 많은 파트너]

하만의 수익구조도 전장사업 분야에서 전체 매출의 65%가 발생하고 있다. 수주잔고가 240억 달러 규모로 안정성도 탁월하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중요성은 자율주행 자동차, 전기차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게다가 차량용 시스템은 한번 운영체제를 정하면 자동차를 타는 동안 계속 써야 한다. 따라서 자동차용 OS를 삼성이 직접 개발하거나 인수한다면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누렸던 지위를 삼성이 누릴 수 있게 된다. 삼성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3. 커넥티드 자동차 플랫폼

하만은 지난해 5월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인 심포니 텔레카(Symphony Teleca)를 7억 8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자동차와 가정, 회사, 모바일 기기를 연결하는 IoT 솔루션을 가진 회사다. 8천명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보유한 인력이 강점이다. 하만이 인수한 회사 중에는 레드벤드도 있다. 레드벤드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으로 OTA(Over The Air)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무선으로 차량을 업데이트하고,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무선 업데이트에 따른 보안은 하만이 인수한 타워섹이 맡고 있다. 타워섹 역시 이스라엘 기반의 보안업체로 차량의 해킹방지와 보안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이들 회사는 모두 소프트웨어 회사로 커넥티드 자동차나 차량용 IoT 시스템의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프트웨어 인력의 충원이 가능한 점도 삼성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으로 보인다. 하만은 이들 회사의 인수를 바탕으로 9천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보강됐음을 밝힌 적이 있다. 



4. 인공지능 음성비서 + 스피커

삼성이 최근 AI쪽에 쏟는 관심은 지대하다. 지난해 8월 비캐리어스를 2천만 달러에 인수했고, 올해 10월에는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특히 비브랩스는 애플의 시리를 개발한 개발자 출신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삼성은 이들 AI 전문업체와 함께 빅스비(Bixby)라는 인공지능 음성 비서를 개발중이다. S보이스로는 한계를 느낀 삼성이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기존 스피커, 헤드폰 시장 역시 작은 시장은 아니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기존 홈 오디오보다는 이러한 인공지능 음성비서를 탑재한 스피커를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북미지역에는 아마존 에코, 구글 홈 등이 음성비서 스피커를 내놓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삼성 역시 MIT랩이 개발한 지보에 2,53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이러한 시장을 타진한 바가 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삼성은 향후에 JBL, 하만카돈 등의 브랜드로 인공지능 음성비서 겸 스피커를 개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5. PC, TV용 스피커

삼성은 지난 10월 하만카돈 스피커가 내장된 모듈형 PC인 '아트 PC 펄스'를 런칭한 바가 있다. 또, 세계 1위의 TV 업체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오디오브랜드를 TV나 PC, 기타 가전제품에 협업하기 좋다. 물론 일반 오디오 업계에서도 JBL, 하만카돈, AKG의 위상은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산업과 오디오 산업에 관심이 큰 삼성에게는 만족스러운 브랜드다.

다만 장미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인수가 성공적이었던 사례를 꼽기는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갤럭시노트7 사태와 박근혜 정부와의 구설수 등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쉽에 의구심을 보내는 사람도 늘어났다.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력이 아니라 좋은 인재를 제대로 쓰는 방법과 전문 경영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든 삼성은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이오, 인공지능, 자동차 중심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커다란 산업의 전환기에 20세기적 정치적, 제왕적, 눈치보기식 경영 보다는 21세기에 맞게 기술력과 전문성을 앞세운 혁신 경영을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LG의 뱅앤올룹슨, 하만카돈과의 협업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던데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LG는 일부 오디오기기에 하만카돈 인증을 받고 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더라도 하만카돈의 사업기조와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문제는 없다. 뱅앤올룹슨과의 협업도 이번 인수건과는 상관없다. 삼성이 인수한 하만은 지난 2015년 뱅앤올룹슨 카오디오 부문만 뱅앤올룹슨으로부터 인수했다. LG는 뱅앤올룹슨 본사의 베오플레이와 협업하고 있고, 하만과는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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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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