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바일 노트북 시대, 달라진 선택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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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바일 노트북 시대, 달라진 선택의 기준
  • by 김정철

요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는 컴퓨터 추천이다. 스마트폰? 냉장고? TV? 얼마든지 추천 가능하다. 그러나 컴퓨터는? 쉽지 않다. 모태솔로에게 여자친구 추천해주기 보다 어렵다. 선택이 어려워진 이유는 각 제조사들의 제품 품질이 높아졌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다양한 제품군 때문이다. 데스크톱 PC, 일체형 PC, 게이밍 PC, 노트북, 모바일 노트북, 투인원, 태블릿 등등. 서로의 장르에 절묘하게 발을 걸친 제품들 때문에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소비자들의 혼란은 커졌다. 정말 나에게 맞는 PC는 어떤 것일까?


노트북의 변함없는 가치, '생산성'


먼저 태블릿과 노트북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부터 해결해야 할 듯 하다. 나의 판단은 아직 '노트북'이다. 물론 노트북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무려 애플이다. 스티브잡스는 2010년 한 컨퍼런스에서 PC를 트럭에 비유했다. 요약하자면 "농업국가 때는 모두 트럭을 탔지만 도시화되면서 승용차를 탔던 것처럼 PC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다."라는 요지다. 스티브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 역시 지난해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으며 "PC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애플의 바람대로 정말 PC의 시대는 끝났을까?

그런데, 사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는 승용차가 아니라 픽업 트럭이다. 미국은 더 이상 농업 국가가 아니지만 여전히 생산성은 중요한 가치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 역시 애플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가트너는 2016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PC 판매량이 바닥을 치고 올라와 내년부터는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고가의 경량 프리미엄 노트북(이하 모바일 노트북)은 오히려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5,500만대 수준의 모바일 노트북은 2018년이 되면 9,200만대까지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즉, PC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고급스럽고, 성능이 좋으며 가벼운 노트북을 찾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애플도 여전히 맥북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아직 PC의 종말을 논하기에는 많이 성급하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필요하다면 역시 노트북


노트북이 태블릿의 공세 속에서도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은 당연히 '생산성' 때문이다. 터치스크린이나 스타일러스펜이 발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키보드고, 정밀한 작업을 하는 데는 마우스를 따라가기 힘들다.

태블릿 업계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시리즈,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 같은, 키보드를 떼거나 붙일 수 있는 투인원(2in1) 태블릿 PC를 내놓으며 이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투인원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키보드가 옵션이긴 하지만 대부분 키보드를 같이 휴대하는데, 이렇게 되면 무게가 너무 무거워진다. 서피스 프로4는 786g이지만 키보드를 부착하면 1.1kg정도다. 아이패드 프로 역시 713g의 무게지만 키보드를 포함하면 1.1kg이다. 게다가 화면 사이즈도 12인치급에 불과하다. 모든 액세서리를 휴대하면 무게는 무겁고, 생산성을 강조하기에는 화면 크기가 애매하다.

[모바일노트북의 양대 산맥, LG 그램과 삼성 메탈9]

그에 비해 모바일 노트북들은 화면 크기나 무게에 있어 오히려 유리하다. 삼성의 메탈9은 13.3인치가 840g에 불과하고, LG는 13~15인치급에서 980g정도의 무게로 생산성과 휴대성을 둘 다 잡았다. 향후에도 무게와 화면 사이즈에서 유리한 모바일 노트북들이 투인원보다 더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점점 더 중요해지는 내구성의 가치


그렇다면 모바일 노트북을 고르는 데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역설적이지만 가볍기 때문에 더 단단해야 한다. 최근 노트북들은 노트북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소재에 신경을 쓴다. 카본,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각종 가벼운 소재들이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그네슘 소재가 떠오르고 있다. 마그네슘은 밀도가 1.74g/㎤ 에 불과해 실용금속 중에 가장 가볍다. 이런 노트북의 소재전쟁은 점점 더 점입가경이다. 강화 마그네슘, 두랄루민, 알루미늄 합금 등 다양한 소재가 쓰이고, 더 가볍고, 더 고급스럽게 만들기 위해 각 제조사들이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무게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다. 금속을 얇게 가공하고 얇기나 크기에만 신경 쓰다 보면 실생활에서 충격을 받거나 휨, 눌림 등으로 인해 고장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내구성만 놓고 보면 일체형 금속이 유리하다. 애플은 2008년부터 유니바디(unibody) 디자인을 맥북 에어에 적용했다. 알루미늄 일체형 금속재질로 내구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의 메탈9 역시 싱글 쉘 바디 (single shell body) 공법을 적용해 일체형 금속재질로 강도를 우선시했다. 동일한 강도의 금속이기 때문에 휨이나 눌림 등을 일정하게 분산시킬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재질을 접붙힌 노트북에 비해 유격이 없고 충격에 강하다.  


사용자 경험이 주는 가치


사실 모바일 노트북들은 대부분 비슷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인텔 6세대, 또는 7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i3, i5, i7을 가격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주로 업무용도이므로 내장 그래픽 칩셋을 채택했고, 램은 8GB이상, SSD는 256GB, 배터리는 10시간 남짓이다. 스펙만 보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스펙이 비슷할 때는 사용자 경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항상 휴대하는 목적의 경량 노트북은 키보드의 키감, 트랙패드의 우수성이 중요한 요소다. 무게를 줄이는 데에 신경을 쓰느라 키감이 좋지 못하거나 트랙패드가 허접하면 업무나 학습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노트북의 키감이나 트랙패드의 완성도는 실제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브랜드나 디자인, 스펙만 보고 섣불리 선택하면 사용기간 내내 후회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어댑터를 휴대하면 오히려 휴대성이 떨어진다.]

USB포트의 확장성도 중요하다. 포트가 너무 적으면 액세서리를 잔뜩 휴대해야 하고, 노트북 자체는 가볍지만 확장 케이블과 각종 액세서리 때문에 오히려 무거워질 수 있다. 크기가 작을수록 넉넉한 확장성은 필수 요소다. 투인원이나 일부 노트북들이 지나치게 포트를 없애고 있는 것은 불편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다만, 최근 많은 기능들이 무선 환경으로 대체되고 있다. 5년 후쯤이면 포트가 많지 않아도 큰 불편은 없을 것이다.


옛날 노트북들이 한정된 공간에 필요한 것을 모두 집어넣으려고 애쓴 '오버 엔지니어링'의 산물이었다면, 최근 노트북들은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미니멀리즘'의 결과물이 되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빠진 부분 때문에 불편이 없어야 하고, 어느 한가지 가치를 위해 중요한 가치를 놓치면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렵다. 설계가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선택 포인트 중에서 후순위에 가까웠던 내구성이나 사용자 경험, 인프라 환경을 고려한 설계 등을 이제는 가장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잡아야 한다. 단순히 스펙만 보고 고르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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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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