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과 같은 제조업의 미래. '솔리드웍스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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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과 같은 제조업의 미래. '솔리드웍스 월드'
  • by 정보라
안녕하세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소식 전하는 정보라 기자입니다. LA에는 일산 킨텍스와 비슷한 LA 컨벤션 센터가 있는데요. 이곳에서 2월 5일부터 8일 사이 ‘솔리드웍스 월드’라는 행사가 열립니다.

솔리드 웍스는 디자인 프로그램의 이름입니다. 요즘 정부까지 나서서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는데요. 이 프로그램이 우수 스타트업 사례에 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리드웍스는 20년 넘도록 살아 남았고 창업 4년 만, 제품을 출시한 지 2년 만인 1997년 프랑스의 다쏘시스템에 팔렸습니다. 인수 대금은 주식 교환 방식으로 치렀는데 3억 1천만달러어치의 주식이 오갔습니다.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3천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솔리드웍스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본사의 주소지가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있습니다. 창업자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교 (MIT) 출신이어서 근거지를 이곳으로 둔 거겠지요. 세상의 유명한 모든 기업은 창업자가 별날 테지만, 솔리드웍스만큼 별난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창업자 존 허쉬틱은 MIT 블랙잭이란 조직(?)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습니다. MIT 블랙잭은 MIT와 하버드의 학생을 모아 세계의 카지노를 돌면서 카드 게임을 하는 동아리입니다. 20년 가까이 활동했는데요. 운과 우연에 기대지 않고 다음에 나올 카드를 계산하여 게임하다가 이 조직의 멤버는 카지노 출입 금지를 당했습니다. 이 일들은 영화와 책으로 제작될 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입니다만, 솔리드웍스가 미국 전역을 돌며 ‘솔리드웍스 월드’를 열면서도 행사하기에 가장 좋은 도시 라스베가스를 피하는 건 바로 창업자의 기이한 이력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1997년 인수 당시 솔리드웍스는 연매출 2천 5백만 달러를 만들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은 6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입니다. 첫 제품을 출시했을 때, 캐드 소프트웨어를 윈도우에서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는데요. 이젠 PC뿐 아니라 클라우드로 작업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웹브라우저로도 캐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솔리드웍스를 쓰는 기업은 곳곳에 있습니다. 철도와 유통, 가구회사부터 프린트 제조업체까지 다양합니다. 자동차 부품회사도 있고요. 악기 제조사도 있습니다. 미국의 PRS기타는 기타를 만들기 전 솔리드웍스로 설계합니다. 드론으로 유명한 패럿, 3D 프린터 제작에 뛰어든 신도리코도 제품 설계를 솔리드웍스로 했습니다.

캐드 소프트웨어는 마술쇼에도 쓰입니다. 상상한 마술이 실제로 가능할지, 작동할지 검증하는 데에 솔리드웍스를 쓰는 겁니다.

[일루젼 프로젝트는 마술에 캐드 소프트웨어를 쓴다며 영상을 보여줬는데 마술사 이은결이 나왔습니다. 기조 연설에서 얼굴을 알아 볼 수 있던 유일한 한국인이었습니다. 사진은 일루젼 프로젝트 캡처)]

미국의 일루젼 프로젝트의 얘기인데요. 한국의 마술사 이은결이 이 회사의 고객입니다. 현장에서는 전기톱으로 목 자르는 마술을 시연해 솔리드웍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톱날 대에 오른 사람은 솔리드웍스의 CEO였습니다. 실패했다면... 네, 상상하지 말죠.

제조업에서 쓸 것만 같은 프로그램이 마술에까지 쓰인다니 현실감 제로입니다. 현실감 제로를 현실로 만드는 것, 이건 솔리드웍스가 올해 연 행사의 모토와 연결됩니다. ‘새로우면서도 전에 없던 걸 시도하라’ (바씨 CEO는 어떤 대표도 하지 않았을 목 자르기 마술 무대에 올랐네요)

솔리드웍스의 CEO 장 파울로 바씨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사는데, 그렇다는 건 건물, 차량 등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쓰는 것의 절반은 솔리드웍스로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제조업 전반에 솔리드웍스가 쓰인다는 얘기를 돌려서 표현한 거겠지요.

캐드 소프트웨어는 제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캐드 소프트웨어 회사의 대표로서 그는, 시장에 제품을 빠르게 내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디자인을 떠올리는 즉시 설계하며, 설계 과정에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여 제조 직전의 단계를 단축하자는 겁니다. 

PRS기타와 기타리스트 마크 트레몬티입니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인지하면 디자인에 즉각 반영하여 생산까지. 솔리드웍스가 말하는 제조업이 나아갈 방향인데요. 고객을 옆에 앉혀 디자인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이메일로도 수정하여 제조하는 회사가 정말로 있었습니다. 

빨리 만들면서도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하니 제조업의 고민은 날로 깊어질 것만 같습니다. 여기에서 나아가 솔리드웍스는 완벽한 디자인을 내놓으려고 머리 싸매지 말라고 합니다. 설계가 정교하지 못해도 캐드 소프트웨어가 보완해줄 거라고요. 이젠 디자인도 컴퓨터가 해주는 시대가 머지 않았습니다.

[행사장에서는 터치 스크린이 깔린 노트북으로 쓰윽 그려 설계하는 모습과, 간단하게 그린 도면을 솔리드웍스 프로그램이 수치를 미세하게 조정하여 추천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나왔습니다.]

인간은 디자인에서 손을 떼라는 건 아닙니다. 솔리드웍스는 아이들을 위한 디자인 앱을 만들었습니다. 목표는 네 살부터 공학의 아름다움을 배우도록 하는 겁니다. 3D와 엔지니어링에 관심 있는 인구를 늘리는 거지요. 코딩 교육에 이어 디자인 교육 바람이 불게 될까요?

(솔리드웍스가 만든 아이들을 위한 디자인 프로그램)

한국의 정치 상황뿐 아니라 기술도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 잡기가 버겁습니다. 이러다 우리는 기술과 기계에 먹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의문은 공학 전공자가 갖는 막연한 두려움은 아닐까요. 바씨 CEO는 낙관적으로 말합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겁니다. 혁신하여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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