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트북이 가장 가벼울까? 초경량 노트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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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트북이 가장 가벼울까? 초경량 노트북의 역사
  • by 김정철
노트북의 가장 큰 장점은 분명히 이동성이다. 따라서 노트북을 평가할 때는 무게와 두께 등이 항상 중요한 구매 포인트였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저마다 더 가볍고 얇은 무게의 노트북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30여년이 넘는 노트북 역사 속에서 어떤 제품이 가장 가볍고 얇은지, 기억할 만한 노트북은 어떤 것인지 알아봤다. 추억 속으로 잠시 떠나보자. 


도시바와 소니의 불꽃 튀는 경쟁

최초의 노트북은 오스본1으로 꼽히지만 현대적 의미의 노트북은 일본의 엡손 HX-20을 꼽는 사람도 있다. 또, 1985년 노트북 업계에 뛰어들어 '노트북'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도시바를 원조 노트북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도시바는 하드디스크와 반도체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에 초창기 노트북 시장을 장악했다. 

원래 얇고 가벼운 노트북은 일본이 강했다. 기념비적인 제품은 1996년 도시바가 출시한 리브레토다. 작은책이라는 뜻에 걸맞게 6.1인치 화면, 840g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우 95가 원할하게 돌아가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워낙 작은 화면에 성능도 제한적이었다. 그냥 도시바의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제품에 가까웠다. 이 당시 도시바는 세계 노트북 시장에서 7년간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자가 일본에서 나타났다. 


바로 소니다. 지금은 비록 매각되서 빛을 잃었지만 한 때 소니의 '바이오' 브랜드는 럭셔리, 초경량 노트북의 대명사였다. 특히 1998년 런칭한 바이오 C1은 8.9인치 화면에 1kg이 안 되는 무게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두께도 3cm에 불과했다. 지금이야 3cm 두께의 노트북은 게이밍 노트북 뿐이지만 C1은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제품이다. 소니는 C1의 두께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CD-ROM과 플로피 디스크를 없애 버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썼다. 이후에도 소니는 바이오 X시리즈, Z시리즈 등을 내놓으며 초경량, 초슬림 노트북의 대명사가 됐다. 소니는 노트북에 마그네슘을 비롯해, 탄소섬유, 알루미늄 등 다양한 경량 금속을 써서 현대 노트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일본의 많은 제품들은 업무용도로 쓰기에는 부족한 11인치 이하급이 많아 일부 기계를 좋아하는 이들의 서브노트북으로 주로 소비됐다.



가볍지만 아름다운 맥북 에어

2008년 1월 15일 열린 맥월드 컨퍼런스&엑스포의 네 번째 순서에서 스티브 잡스는 "공기(Air)중에 뭔가가 있다."라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책상으로 다가가 노란 서류봉투를 보여줬다. 그리고 서류봉투 속에서 맥북 에어를 꺼냈다. 13.3인치 화면 크기의 이 모델은 19mm의 얇기와 1.36kg에 불과한 무게로 노트북의 슬림, 경량화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했다. 일본 제품과는 달리 업무용도로 쓰기 좋은 13.3인치 화면이었다는 게 차별점이었다. 무게도 화제가 됐지만 두께 역시 큰 화제가 됐다. 초기 맥북 에어의 두께는 19mm에 불과했고, 2010년형에서는 17mm까지 줄였다. 애플이 이렇게 얇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CD-ROM을 없애고, 알루미늄을 통째로 깍아서 만든 유니바디 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볍고 단단한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고, 이음새를 없애면서 두께도 최소화했다. 2015년에는 12인치 맥북을 내놓으며 920g의 무게로 또 한번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미 그 당시에는 경쟁자들이 더 가벼운 노트북들을 많이 내놓고 있었다.



수년간 깨지지 않았던 기록. NEC LaVie Z

경량화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일본 업체들은 또 다시 기록에 도전했다. 레노버와 합작회사였던 NEC는 2013년 11월, 795g짜리 세계 최경량 13.3인치 노트북 LaVie Z를 발매했다. 일본의 유명한 디스플레이 회사인 IGZO의 얇은 패널을 탑재해 두께를 줄였고, 마그네슘 합금 재질로 극단적인 경량화를 꾀했다. NEC가 사용한 마그네슘 합금 재질은 최근 출시하는 LG나 삼성 노트북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인텔 코어i5, i7프로세서를 탑재했었고, 13.3인치 WQHD(2,560x1,440)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최근 나오는 제품과 스펙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어댑터도 192g에 불과해서 노트북+어댑터를 합친 무게가 987g에 불과했다. 단 일본에서만 판매됐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 제품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초경량 노트북의 대명사. LG 그램 시리즈

2014년 1월, LG전자는 '그램'이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런칭한다. 기존 Z930과 동일한 13.3인치 디스플레이, 코어 i5, i7이 들어간 고성능 노트북이었지만 무게는 980g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그램14, 2016년에는 그램15를 연속으로 980g 이하로 내놓으면서 그램 시리즈는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그램15는 15인치대 노트북 중 세계 최경량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갔다. 그램 시리즈는 초창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줄이고, 내구성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해를 거듭하며 배터리 용량을 높이고, 내구성을 가다듬어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가다듬고 있다. 최근 출시한 2017년형 그램13은 830g까지 낮아졌다. 실측시에는 820g대로 측정되기도 했다.



조용한 챔피언. 삼성 노트북9 올웨이즈 13

맥북에어가 인기를 끌자 삼성은 2011년 삼성 시리즈9이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발표했다. 듀랄루민 몸체를 사용했고, 두께는 16mm, 무게는 1.31kg으로 맥북 에어보다 얇고 가벼웠다. 이후에도 삼성은 시리즈9을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했고, 2016년형 노트북9 메탈의 무게는 840g으로 그램보다 더 가벼운 제품을 내놓았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7년에 출시한 노트북9 올웨이즈 13은 800g의 벽마저 깼다. 삼성이 밝힌 공식무게는 799g이지만 모델에 따라 실측시에는 773g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댑터의 무게는 174g으로 노트북+어댑터를 합친 무게가 987g으로 왕년의 챔피언 NEC LaVie Z와 정확히 일치했다. 마그네슘 합금소재를 사용했고, 싱글쉘 바디 공법으로 이음새가 없이 조립했다.  



나사 1개까지 줄였다. 후지쯔 UH75

마지막 기록은 역시 일본이다. 일본 후지쯔가 올해 출시한 라이프북 UH75는 13.3인치 777g의 무게를 기록했다. 실측시에 766g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만 발매되는 모델이기 때문에 국내나 해외에서는 구할 수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3.3인치 노트북 타이틀은 현재 후지쯔가 가지고 있다. 재질은 역시 마그네슘이고, 기판 두께를 더 줄이고, 나사 1개까지 0.01g 단위로 줄여나가는 피나는 노력 끝에 이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초경량 노트북의 역사는 수십 년간 도시바와 소니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애플이 껴들었고, 애플의 영향을 받은 수 많은 제조사들(델, 에이수스, HP)등이 초경량, 초슬림 노트북을 내놓았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의 LG와 삼성이 이 싸움에 참여하면서 무게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노트북들이 기록에 도전할까? 지금 전망으로는 LG와 삼성전자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내년에 나올 그램과 노트북9의 신제품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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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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