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을 뛰어넘는 대안, 베오플레이 E8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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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을 뛰어넘는 대안, 베오플레이 E8 리뷰
  • by 김정철
최근 음악을 듣는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지난 해 국내에서만 100만대가 팔린 AI 스피커는 기존 오디오의 대체 구매효과가 있고, 월정액 무선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가장 효율적인 오디오로 탈바꿈 시켰다. 전통적인 오디오 회사들에게는 시련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기존 시장이 무너지면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법이다. 스마트폰이 뮤직센터가 되면서 무선 이어폰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애플 에어팟이 등장한 이후로 충전 케이스를 제공하는 이어폰들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베오플레이(Beoplay) E8 역시 충전 케이스를 제공하는 무선 인이어 이어폰이다. 90년 역사의 B&O이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충전 케이스


B&O의 디자인은 대체로 아름답다. 단순하게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다. E8을 보면 B&O의 오랜 역사에서 나오는 내공이 느껴진다. E8은 B&O가 처음 만들어 보는 완전 무선 인이어 이어폰 세트지만 디자인적 일관성이 느껴진다. 디자인으로 유명한 회사들은 이런 일관적 흐름이 있다. 애플 에어팟은 누가 봐도 애플이 만든 제품이고, E8은 누가 봐도 B&O가 만든 제품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디자인 언어가 있고 B&O가 잘 다루는 가죽, 알루미늄, 직물이 적절한 곳에 효과적으로 쓰인다.

충전 케이스는 다소 큰 편이다. 애플 에어팟의 충전 케이스에 비해 크기와 두께가 모두 크다. 하지만 주머니에 넣어 두어도 부담이 없다. 한 손에 적절하게 잡힌다. 직물 스트랩까지 달았다. 직물 스트랩의 재질과 이음새 등을 보면 디테일이 느껴진다. 작은 디자인 포인트로 고급스러움을 끌어 올렸다.


표면은 가죽으로 마감했는데 부드럽고 스크래치가 나지 않는 재질이다. 스크래치가 잘 생기고 지문이 잘 묻어 별도의 케이스를 또 구입하고 싶은 애플 에어팟 충전기와는 다르게 실용적이다.

케이스는 자석으로 닫히지만 강도가 강하지는 않다. 강하지 않은 강도지만 또 뚜껑이 잘 열리지도 않는다. 이런 절묘함이 B&O가 가진 디테일이다. 애플이 유니바디 같은 공정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B&O는 접합이나 결합같은 조립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경지를 이룬 두 기업의 차이를 발견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닫히는 부분에 고무를 덧대어 닫히는 충격을 완화시켰다. 케이스 닫히는 소리도 애플 에어팟이 경쾌하다면 E8은 묵직하다.

케이스는 365mAh의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이어폰 본체를 약 두 번 충전 가능하다. E8은 한 번 충전시 4시간 정도 플레이 가능하다. 따라서 총 12시간의 플레이 타입을 제공한다. 기존 무선이어폰에 비해서는 확실히 낫지만 에어팟의 24시간에 비하면 절반 정도다. 또 USB타입C의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에어팟에 비해 E8은 일반 마이크로B 충전기를 제공한다. 이 부분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유닛


E8의 유닛 크기도 꽤 크다. 5.7mm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기기만 놓고 보면 상당히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귀에 넣으면 B&O로고가 선명하게 보인다. 착용감은 좀 타이트하다. 귓구멍 자체가 작은 이들에게는 좀 버거울 수 있다. 한번 착용하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오른쪽 유닛이 마스터로 페어링을 담당한다. 양쪽 유닛은 20cm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 거리를 벗어나면 재생을 멈춘다. 본체에 아무런 버튼이 없고 터치식으로 조작하는 점은 B&O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에 적합하다. 뒤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조작성도 매우 뛰어나다.  

 

 

페어링


B&O의 제품을 리뷰하다보면 애플 제품과의 연결성은 훌륭한데, 안드로이드와는 간혹 페어링이 잘 되지 않는 버그가 있다. E8 역시 아이폰과는 페어링이 잘 되지만 LG V30과는 페어링이 잘 되지 않았다. 여러가지 방법을 쓰다가 V30에 기존 등록된 기기들을 모두 지우고 E8과 연결을 시도하니 단번에 페어링이 이뤄졌다. 아이폰은 별다른 버그없이 단번에 연결됐다. 한 번 페어링이 이뤄진 후에는 오른쪽 유닛을 터치하면 바로 페어링이 이뤄진다.

 

조작성

E8의 가장 큰 장점은 조작성이다. 유닛의 후면에 터치 센서가 있는데 이 부분을 살짝 터치하면 된다. 터치에 따라 볼륨 조절과 재생/포즈, 트랙 이동, 착신 전환 등이 모두 가능하다. 몇 번만 터치해 보면 익숙해지며 별도로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작성은 만점을 줄 수 있다.  

가장 유용한 것은 트랜스퍼런시 모드다. E8은 차음성이 좋기 때문에 외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이럴때 트랜스퍼런시 모드를 켜면 외부 소리를 들려준다. 유닛에 마이크를 달아 외부 소리를 인위적으로 증폭한다.

트랜스페런시 모드는 외부 소리 크기에 따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안전과 편의성에 있어 최고의 기능이다. 이 부분은 다른 모든 무선이어폰들이 서둘러 도입해야 할 기능이다.



음질


B&O는 누가 들어도 다른 이어폰들과는 다른 특유의 음색이 있다. 중고역을 강조하고 저역을 부스팅하지 않고 절제한다. 중고역을 강조하면 여자 보컬이나 클래식 등에 강점을 보인다. 청량하고 맑은 느낌의 보컬을 즐길 수 있고 클래식 현음악이나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소리를 충실하게 즐길 수 있다. 반면 힙합이나 록음악, 저역대의 보컬음악은 좀 심심하게 들릴 수 있다. E8은 이런 B&O의 튜닝을 바탕으로 저역 부분을 살짝 보강한 균형감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

여기에 B&O 무선 이어폰들은 베오플레이 앱에서 EQ를 조절할 수 있다. 따뜻한, 활기찬, 밝은, 편안한 등의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터치만으로 음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B&O는 정밀한 이퀄라이저보다는 소비자가 선택하기 쉬운 사용자 EQ를 지원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참 친절한 옵션이다.

 

결론

애플의 에어팟은 훌륭한 음질과 애플 기기와의 연동이 편하지만 디자인에 있어 뭔가 불만이 있는 사용자들이 많았다. 이 틈새를 오디오 전문 브랜드들이 공략하고 있다. 베오플레이 E8은 이런 대안 중에 가장 럭셔리하고 편리한 제품이다. 훌륭한 음악성과 우아하고 편리한 조작성, 그리고 안전을 위한 '트랜스퍼런시' 모드 등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B&O 제품 중에 가장 인기를 끌었던 이어폰의 모델명은 A8이었다. 헤드폰 H8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E8이라는 모델명은 이런 인기 넘버링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30만원대의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에어팟에 비해 큰 가격차는 아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에 나온 B&O제품 중에 가장 구매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장점
- 뛰어난 음질
- 트랜스퍼런시 모드
- 완성도 높은 디자인
- 편리한 조작성

단점
- 다소 짧은 배터리 시간
- 안드로이드폰과의 연결성
- 다소 큰 유닛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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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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