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기업가치는 '플랫폼', 종착지는 'M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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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의 기업가치는 '플랫폼', 종착지는 'MaaS'
  • by 이상우
다음 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리프트는 시가총액 222억 달러(약 25조 2000억원)를 기록했다. 2012년 창업한 회사가 현대차와 시가총액이 맞먹는다. 우버의 시가총액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900억 달러와 1000억 달러 사이를 오간다. 두 회사를 합치면 최대 136조원에 달한다. 미국 자동차 '빅3'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보다 크다. 양사의 최대주주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일본 기업이다. 우버는 소프트뱅크, 리프트는 라쿠텐이 최대주주다. 

이처럼 주식 시장의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차량 공유 기업 대부분이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다. 리프트는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2018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했으나 손실액도 32% 늘어난 9억 달러(약 1조원)을 넘어섰다.

우버는 2018년 회계 연도 결산에서 매출 113억 달러(약 12조 9000억원)을 올렸지만 30억 3000만 달러(약 3조 4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3년간 총 손실액은 100억 달러(약 11조 4000억원)에 달한다.

2016년 우버차이나를 인수한 디디추싱은 중국 차량공유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 결산을 보면 약 670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2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디디추싱의 예상 기업가치는 700억~8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대표 테크기업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출자할 만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차량공유 업체들이 왜 이토록 기업 가치가 높은 것일까. 

우버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막대한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시가총액 293억 달러로 추정되는 에어비엔비는 집, 방을 대여하는 사람이 생산자이고, 거기에 숙박하는 사용자가 소비자다. 비는 여유 공간을 제공하는 생산자와 숙박을 희망하는 사용자가 만나 수익을 내는 플랫폼이다. 사업자와 개인 간 임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과 개인 간의 임대가 이루어진다. 

우버뿐만 아니다.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며 급성장한 기업들을 보면 플랫폼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많다. 3월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곳 중 7곳(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21세기 테크기업들은 플랫폼 기반의 양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플랫폼은 자연적 독점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플랫폼 기업의 의도적 전략이 추가되면 독점화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예를 들어 윈도우는 전 세계 PC 운영체제 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 효과는 승자독식 경향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분야마다 초독점기업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어나가거나 틈새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버 차량공유 서비스는 전 세계 곳곳에서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저렴하고 편리하면 이용자가 늘고 승객을 실어 나르는 드라이버도 증가한다. 드라이버가 늘면 배차 간격이 원활해져 결과적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한다. 양면 네트워크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용자와 드라이버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는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단숨에 오른다. 전 세계 65개국 600개 이상 도시에서 서비스되는 우버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70%로 추정되며 매일 300만 명의 드라이버가 1,50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른다. 지금까지 기록한 우버 호출 회수는 50억 회를 넘었다.

물론, 이용자 증가가 흑자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버 흑자 전환의 열쇠는 자율주행이다. 우버 손실의 대부분은 드라이버에 지급되는 비용이다. 드라이버 모집 광고비, 장려금 등 운영비의 75%를 차지한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된다면 우버가 자동차를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 보험료 등 부담도 늘어나겠지만 손실폭이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우버는 상장을 통해 100억 달러(약 11조 4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자율주행 차량 연구와 개발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다. 5년 내 제한된 지역에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버는 차량공유 서비스에서 구축된 네트워크를 영역을 넓혀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 세계 65여 개국에서 차량공유뿐만 아니라 자전거와 스쿠터 대여, 화물 운송, 음식 배달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버이츠는 세계 60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되며 우버 전체 매출의 10~15%를 차지하는 알짜 사업이다. 별도의 추가 투자 없이 수익을 내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우버이츠만으로도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했다.

우버이츠 수익 구조는 이렇다. 먼저 배달 요리를 주문한 사용자 거리에 따라 배송 수수료가 결정된다. 또 레스토랑에서 음식값의 30%를 수수료로 받는다. 드라이버도 우버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낸다. 차량공유에서 형성된 네트워크를 활용한 알짜 사업이다. 




우버 플랫폼은 최종적으로 MaaS(Mobility as a Service)라는 개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마스는 말그대로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이라는 뜻으로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통합된 서비스로 제공하는 개념을 일컫는 용어다. 핀란드 '윔(Whim)'은 단순 카세어링에서 벗어나 기차, 버스, 택시, 렌터카,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통합하여 최적의 이동 수단을 공급하는 서비스다. 앱을 켜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이동을 위한 가장 적합한 경로를 제시되는 것은 물론 최적의 교통수단이 이동 순서에 맞춰 즉각 제공된다. 수도 헬싱키 인구의 10%가 윔을 애용한다. 

윔 같은 마스 서비스는 지금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크게 보면, 우버 등 차량공유서비스 또한 마스의 일부다. 비즈니스 잠재력은 엄청나다. 미국 투자전문회사 ARK 인베스트는 2030년 마스 시장 규모를 10조 달러(약 11,385조원)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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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aspen@thege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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