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대신 구입할 수 있는 최고의 시계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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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대신 구입할 수 있는 최고의 시계 5개
  • by 정규영
애플워치가 이번주 금요일날 발매된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심층 리뷰들이 쏟아졌다. 대체로 호의적이다. 익히 들었던 것처럼 마감은 가격 대비 놀라운 수준이고, 메시지나 메일, 약속시간을 알리는 알람은 조심스럽고 섬세하다고 칭찬들이다. 발매 전 모두가 우려했던 배터리 성능도 하루 한 번 충전해야 한다는 걸 제외하면 훌륭한 수준이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 ‘배터리 깡패’로 불리던 아이패드 에어 시리즈보다도 오히려 배터리를 덜 의식하게 된다는 리뷰도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는 리뷰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여러 시계 전문 매체와 패션 매체의 ‘역사상 첫 패셔너블한 스마트워치’라는 평가가 고무적이다. 

더기어의 애플워치 스테인리스 스틸 리뷰
더기어의 애플워치 스포츠 개봉기

물론 완벽하진 않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람을 제어하려면 복잡한 설정을 일일이 조정해야 하고 서드파티 앱의 구동이 아직 원활하지 않다. 전통적인 시계의 관점에선 드레스 워치로 쓰기엔 두껍고, 스포츠 워치로 쓰기엔 방수 성능이 충분치 않다. 인터페이스 역시 복잡한 편. 애플 워치가 1세대라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능히 개선할 수 있는 단점들인 동시에 그건 지금 애플 워치를 구입하는 걸 주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도 확실히) 내년엔 더 나은 2세대 애플 워치가 나올 테니까. 하지만 일단 불붙은 지름의 욕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것처럼, 지름신을 퇴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또 다른 물건을 지르는 것. 애플 워치 가격대 별 상대적으로 뚜렷한 장점이 있는 시계 다섯 가지를 골라 소개한다.

 

애플 워치 스포츠 모델 – 세이코 리크래프트 오토매틱 워치



세이코는 재미있는 브랜드다. 1960년대부터 스위스 시계보다 더 정확하고 튼튼한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으며, 1970년대엔 쿼츠 메커니즘을 개발, 스위스 기계식 시계 업계 전체를 괴멸 직전의 상태까지 몰아 넣었다. 하지만 세이코는 자사의 빛나는 과거엔 별 관심이 없다. ‘그랜드 세이코’ 정도를 제외하면, 세이코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트렌드에 맞춘 가장 현대적인 시계를 만들어왔다. 
그래서 작년 가을 발표한 세이코의 ‘리크래프트’ 시리즈는 이례적이다. 1970년대 세이코의 명작 시계를 복원한 시계들, 이것 하나로 세이코가 방향을 바꿨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복고’는 현재 시계 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트렌드니까. 두툼한 쿠션 형태의 당시 다이버, 스포츠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유행을 그대로 따랐다. 라인업의 여러 시계 중에서도 오토매틱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녹색 다이얼과 금색 다이얼, 시침과 분침이 경쾌하게 어울리는 SNKMN97이 한눈에 들어왔다.
손목 위에서 맥박이 뛰는 것처럼 무브먼트가 작동하는 느낌과 그 소리, 팔을 움직일 때 로터가 도는 느낌, 투명한 뒷면을 통해 볼 수 있는 기계 장치의 정교한 움직임 등 기계식 시계 고유의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시계. 날짜와 요일까지 표시할 수 있다. 흔치 않은 오리지널 디자인도 오래 애착을 가질만 하다. 게다가 가장 기본적인 애플 워치 모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인 정가 불과 235달러. 현재(6월 기준) 이베이에서 132달러에 판매하는 셀러도 있다. 첫 기계식 시계로 이 이상의 선택이 없겠다. 


 

애플워치 스테인리스 스틸 밀라니즈 – 시티즌 블루엔젤 월드 크로노그래프 A-T



에코드라이브는 일본 제 2의 시계 브랜드 시티즌을 대표하는 기술이다. 빛으로 충전해 시계를 작동시키는데, 태양열이 아닌 어떤 빛이든 상관 없다. 최대로 충전하면 6개월간 완전한 어둠 속에서사용할 수 있다. 뭐, 그럴 일은 없을 테니 배터리 관해선 일반적인 충전지의 수명인 10~15년까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오토매틱이 아닌 쿼츠 방식이다. 블루엔젤 월드 크로노그래프 A-T는 기계식 시계는 아니지만,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계다. 이름의 A-T는 에반게리온과는 아무 상관 없고, 세계 26개 시간대로 이동할 때마다 원자 신호를 받아서 알아서 시간을 조정한다는 뜻.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플 만큼 복잡한 다이얼은 그냥 저런 게 아니다. 이 시계의 기능은 여기 나열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많다. 전통적인 시계에서 가능한 대부분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200미터 방수 가능. 공식 소비자 가격은 575달러다. 나온 지 2년쯤 된 제품이라 물론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38mm 소프트 핑크 버클 – 페라가모 간치노 브레이슬릿



사실 여성용 시계에 대해선 크게 할 말이 없다. 다만 손목을 장식하는 팔찌로서 애플 워치보다  나아 보이는 제품을 골랐다. 케이스 직경은 25.5mm. 페라가모의 상징인 간치노 문양 케이스 안에 스위스 쿼츠 무브먼트가 들어있다. 애플보다 페라가모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선물하면 되겠다. 사실 최근에 애플을 이길 수 있는 브랜드는 페레가모쯤 되야 한다. 다만 다이얼 위에 반짝이는 게 다이아몬드는 아니다. 695달러.


 

블랙 스테인리스 + 스틸 링크 – 빅토리녹스 에어보스 메커니컬 블랙 에디션



바젤월드 2015를 통틀어 중저가 시계 중 오리스의 복고풍 다이버 ‘식스티 파이브’와 함께 가장 큰 화제였던 시계. 행사기간엔 두루 호평을 받았지만 제품만 열심히 만드는 브랜드의 특성 탓에 행사가 끝난지 두 달이 넘은 지금도 제품 공식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언론엔 많이 소개되지 못했다. 이 사진도 한 시계 관련 블로그에서 찍은 사진을 공식 사이트에서 퍼다 쓴 것. 이녹스 홍보영상을 만드느라 브랜드의 마케팅 역량을 몽땅 다 쓴 같다. 어쨌든, 시계는 좋다. 고전적인 파일럿 워치 디자인과 검정색으로 코팅한 케이스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사파이어 글라스에 동그랗게 표시한 24시 인덱스와 붉은 초침의 포인트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손목에 올려보면 자연스럽게 탄성이 나온다. 여러모로 ‘딱’ 맞다는 느낌. 몇 배 비싼 시계도 그런 경우가 그리 많진 않다. 올 여름 출시 예정. 아마 그때쯤 공식 사진도 나오겠지. 995달러. 


 

애플 워치 에디션 –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울트라씬 38.5



애플 워치 에디션의 가격대는 고급 시계 브랜드의 심플한 골드 워치와 스틸 컴플리케이션, 주얼리 워치 등이 혼재하는, 그야말로 격전장이다. 그 가격이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유서 깊은 브랜드의 시계를 충분히 살 수 있다. 이를테면, 파텍필립의 시계도 있다. 쿼츠 무브먼트가 들어간 여성용 시계이긴 하지만. 
애플 워치 에디션은 사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제품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실제 매출보다는 애플 워치 에디션을 착용한 셀러브리티의 인스타그램 사진에 붙은 '좋아요' 숫자가 더 중요했을 거다. 현재 애플의 유통을 총괄하는 안젤라 아렌트는 과거 아저씨들이나 입던 우중충한 트렌치 코트 브랜드 버버리의 이미지를 톱모델과 셀러브리티를 활용한 과감한 마케팅을 통해 180도 전환시키며 브랜드 가치를 수직 상승시킨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패럴 윌리엄스나 칼 라거펠트가 아니고, 1년이 지나면 새 모델이 나오는 전자제품을 거금을 주고 구입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롤렉스와 예거 르쿨트르, IWC의 시계는 후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줄 가보가 되겠지만, 애플 워치 1세대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 가격대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계는 IWC의 포르투기저(포르투기즈에서 올해부터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포르투기저 골드 워치는 2만 달러를 상회한다. 일상적으로 착용하기엔 스틸이 더 나은 소재지만, 골드의 상징적인 의미를 무시하긴 어렵다. 스틸과 골드를 섞은 롤렉스의 데이트저스트 콤비 모델이 있지만, 지금도 취향에 따라 호오가 크게 갈리는 콤비 시계가 후대에 어떤 가치를 가질지는 알 수 없는 일. 내 선택은 예거 르쿨트르의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울트라씬 38.5다. 오랜 역사 동안 기술력으로 이름난 고급 시계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핑크 골드 드레스 워치. 특별한 날 착용할 드레스 워치로 최상의 선택 중 하나이며, 그 사실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거다. 1만 3천6백 달러.



글 : 정규영, 편집 : 김정철 
- 이 글은 컬럼니스트의 의견으로 더기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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