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는 실패했을까?
상태바
애플워치는 실패했을까?
  • by 김정철


일부 IT 기자들이 간절히 쓰고 싶은 기사가 있다. 
"애플, 드디어 실패하다."
아쉽게도 이 소원은 20여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7일 애플워치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마켓워치의 보도가 있었다. 애플워치가 출시된 4월 10일 이후로 하루 평균 20만대가 판매됐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은 2,000대 수준으로 줄었다는 보도다. 지난주 애플주가는 3%정도 하락하며 120달러까지 떨어졌다. 애플의 성공에 배가 아프던 이들에게는 오랜만에 느끼는 통쾌한 기사다. 애플워치는 과연 실패한 디바이스일까? 나도 "그렇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아직 변수가 있는 판매량




마켓워치는 최근 애플워치 평균판매량이 하루 2천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미국내의 수치다. 해외수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이 집계는 미국내 온라인 고객들의 전자영수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왔다. 즉, 애플스토어에서 판매한 양은 집계되지 않았다. 현재 판매량은 애플이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치를 알 수는 없다. 또, 아직까지 애플워치는 생산물량이 달려 전세계 16개국에만 판매 중이다. 판매국가가 늘어나면 판매량은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판매추이가 꺾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애플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 또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애플워치에 대한 불안한 전망




문제는 향후 전망이다. 포브스가 애플워치 구매자들의 인터뷰를 했다. 그 결과 구매자 중에 62%가 애플워치를 다른 이들에게 권하지 않겠다는 결과를 얻었다. 애플제품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반응이다. 다른 애플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거의 다단계 회원처럼 행동했다.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출시 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킬러앱이 아직 없다. 이런 상황도 애플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낯선 상황이다. 또, GPS가 없기 때문에 애플워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혁신은 없었다"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은 애플 사용자들에게 비웃음의 대상이었지만 애플워치만큼은 사용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그 동안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은 iOS와 다양한 앱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했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보다는 완성도와 액세서리로서의 기능성에 점수를 주고 있다. 아무런 혁신이 없는 애플워치는 기존 애플 제품과는 달리 입소문의 힘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애플워치의 판매량은 역대 최상급






다시 배 아픈 얘기를 해야겠다. CNN머니에 따르면 출시 2개월 만에 700만대가 판매되거나 예약됐다고 한다. 특히 출시 첫날에만 미국에서 100만 대를 판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슬라이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애플은 온라인에서만 300만대를 팔았다고 한다. (미국 기준)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이 백 만대를 파는 데는 74일이 걸렸고, 2010년 출시된 아이패드는 28일만에 100만 대를 팔았다. 애플워치의 초기성적표는 아주 좋은 편이다. 애플워치의 예상 판매량은 1천 1백만대부터 2천만대까지 다양하다. 애플측은 올해 목표를 2천만대로 잡았고, 이미 삼성전자에게 애플워치 CPU를 1800만개 주문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현재 추이로 봐서는 2천만대를 다 팔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패로 치부하기에는 어렵다. 


 

가장 큰 문제, 애플워치는 애플팬을 위한 서비스 제품? 




하지만 이 결과는 다른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저 애플팬들을 위한 서비스 액세서리였기 때문에 초기에 큰 히트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역설적으로 애플워치는 그다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애플의 열성팬임을 나타내는 충성도 게이지로 쓸 수 있다. 아이폰은 흔하고, 아이맥으로 성공을 나타내기는 힘들어졌다.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그냥 팔 힘이 센 사람들이다.
물론 애플워치는 세상에 나온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훌륭하다. 그러나 그건 대조군이 함량미달이기에 얻은 상대적 평가일 뿐이다. 만약 액세서리로서의 기능성만 계속 강조된다면 1세대 이후에 애플워치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애플도, 애플워치 구매자들도 왜 스마트워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뚜렷하게 내놓고 있지 못하다. 


 

그래도 스마트워치 시장은 성장한다. 


스마트워치가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과는 별개로 스마트워치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만약 애플워치가 올해 시장 예상판매량의 중간값인 1500만대 정도를 판다면 스마트워치 점유율의 54% 정도를 차지할 전망이다. (스트레티지 애널리스틱), 긍정적으로 보면 60% 이상 차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시장은 매년 80% 이상 성장하는데, 애플워치가 50~60%정도만 유지해도 애플은 엄청난 성공이 예약돼 있다.
애플워치의 이익률도 대단할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IHS'는 애플워치의 하드웨어 원가를 83.7달러(약 9만원)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밴드의 가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5배~10배 이상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 이익의 92%를 차지했듯이 애플워치 역시 엄청난 이익률을 기록할 것임이 분명하다. 점유율과 이익율만 유지한다면 애플워치가 비록 현상유지만 해도 실패는 아니다. 스마트워치는 로켓이고, 애플은 성공적으로 로켓에 올라탔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기획하면서 드물게도 '패션 디바이스', '명품 디바이스'를 강조했다. 스마트, 사용자 경험, 혁신, 어메이징 같은 단어가 가장 드물었던 제품이다. 왜 그랬을까?
스마트폰은 거의 모든 개인용 디바이스를 잠식했다. 아이팟도, 전자사전도, 콤팩트 디카도 모두 멸종 단계다. 그러나 손목시계는 의외로 잘 버티고 있다.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차는 사람은 없어졌지만 패션과 부의 과시 등을 위해 차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워치는 그 지점에서 애플워치를 다시 기획했다. 아이폰과의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시장 잠식)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 기능보다는 부수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애플워치는 다른 애플 제품에 해를 끼치지 않고 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애플로서는 최선의 결과다. 아이폰의 판매량을 더 늘이고, 아이팟 나노의 판매량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애플워치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 결과적으로 애플워치는 큰 성공은 아니지만 대단한 성공을 하고 있다. 
아마도 애플워치2 역시 스마트워치로서의 혁신보다는 패션 액세서리로서의 혁신이 더 클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우리의 배가 낫는 방법은 애플 주식을 사는 것 뿐일 것 같다. 



@ 참고 링크
더기어 애플워치 스포츠 개봉기
- 더기어 애플워치 한 달간의 사용기
- 애플워치에 대한 거의 모든 것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BOUT AUTHOR
김정철
김정철 jc@thegear.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COMMENT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